수백억 또는 수천억원대의 판돈이 오가는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잇따라 검거되고 있다하지만 경찰의 단속의지에도 불구불법도박사이트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어 대한민국이 '도박중독 국가'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게다가 이를 근절할 뚜렷한 대책이 없어 관계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주흥덕경찰서는 17일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를 운영한 국내 운영총책인 조모(30)씨 등 4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2만여명의 회원을 모집국내외 스포츠 경기의 승패를 두고 게임당 최대 100만원을 배팅하도록 해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다.

경찰은 이곳에서 오간 판돈이 최대 20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에도 흥덕서는 800억원대의 판돈이 오간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기도 했다이 같은 도박사이트가 횡행하는 것은 적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도박사이트 홈페이지를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추적은 어렵다또한 불법사이트로 적발돼 차단되더라도 인터넷 주소만 바꾸면 다시 회원들을 유치할 수 있어 관계당국이 총력을 기울여 단속해도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려고 외국에 서버를 마련해 운영하는 것은 물론,회원등록과 도박 자금 입출금 거래도 외국에서 관리하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더욱이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사용해 신분을 감추는 바람에 추적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그런 반면 도박사이트를 개설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운영총책이었던 조씨는 이전에 불법 사이트를 개설해본 적도 없고 컴퓨터 전문가도 아니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할 수 있었다라며 자신을 도박사이트 개설업자라고 소개한 사람에게 연락해 2000만원을 내고 개설방식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각종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 무작위로 도박사이트 홍보 댓글을 올리고유명 인터넷 방송을 통해 사이트를 소개하고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회원가입을 유도하다보니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도박사이트를 찾은 사람들 역시 추천인 ID와 전화·계좌번호이름만 적어내면 되기 때문에 가입도 어렵지 않은 구조이다.

주영규 청주흥덕경찰서 사이버팀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유해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지만 운영자들이 주소를 바꾸면 그만이라며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팀장은 이어 무엇보다 도박사이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운영자뿐 아니라 도박행위자도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도박이란 특성 자체로 볼 때 결국 돈을 잃게 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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