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여당 내의 기류가 19'사퇴 불가피론' 쪽으로 더욱 굳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전날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과 관련, 주말인 오는 21일 귀국 이후 재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 이상 '문창극 카드'로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여당 내에서는 '귀국 후 재가 검토'에 대해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 카드를 계속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할 대로 악화됐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인준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쳐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물밑 교감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창극 불가론'이 여당내에서 확산하는 데는 7'미니 총선' 규모로 치러지는 7.30 ·보선을 앞두고 문 후보자에 대한 논란으로 최근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의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목요일 정례적으로 하던 이완구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주재의 공식 비상대책회의도 특별한 이유없이 열지 않는 등 표면적으로는 침묵을 지켰다.

다만, 이 비대위원장은 오전 1040분께부터 약 1시간 동안 비대위원들과 비공개 티타임을 갖고 해운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박상은 의원에 대해 당 윤리위 차원에서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티타임 이후 기자들에게 문 후보자에 대해 "어제 의원총회에서 이야기한 것 그대로다. 대통령께서 귀국 이후에 말씀하시겠다고 하니까 기다리는 게 예의"라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이날 참석 예정이었던 토론회, 포럼 등 3건의 행사에 잇따라 불참해 문 후보자에 대한 고심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당내에서는 비주류는 물론 친박(친박근혜) 인사들 사이에서도 문 후보자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친박 핵심인사는 "거의 끝난 것 아니냐"면서 "스스로 사퇴해야 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져 있는데 본인만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불가 쪽으로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본다"면서 "문 후보자가 그것을 못 알아들으면 곤란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친박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당권 도전 기자회견에서 "물러나시는 게 국민과 국가를 위해 좋지 않겠느냐"면서 거듭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친박계의 홍문종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문 후보자가 대세와 민심 동향을 잘 판단해서 결정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대희 후보자의 낙마에 연이어 문창극 후보자 역시 낙마 위기에 빠지면서 당내에서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책임론도 나온다.

친이계의 김성태 의원은 교통방송 라디오에 나와 "김기춘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이니까 이렇든 저렇든 이런 논란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당권 도전에 나선 김무성 의원은 최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실장과 손에 꼽히는 몇몇 핵심 친박들이 자기들끼리만 (권력을) 독점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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