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는 말이 있다. 말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말솜씨는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능력일 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말솜씨는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통과 가르침의 수단도 결국 말에서 비롯된다. 그러기에 말은 기술이 아니라 지혜나 지성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말은 자신의 성품과 인격, 가치관, 그리고 본성들이 집약되어 표출되는 것으로 주변 사람에게 신뢰와 긍정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주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뛰어난 재담가는 예나 지금이나 직업인으로 인기를 누린다. 말은 자체로 그 사람의 감춰진 내면세계나 지식의 깊이까지 드러내는 척도다. 따라서 말이란 밖으로 분화된 정신이자 철학이며 사상이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마디 말로 인하여 국가의 흥망성쇠 까지 연루된 사례가 수없이 많다. 말은 개개인의 잘잘못을 떠나 돌이킬 수 없다는 특수성 때문에, 실수를 만회하기 어렵다. 또한 일단 뱉어진 말은 아무리 후회하고 자책해도 되돌릴 수 없으며, 상대방에게 즉발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나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연중 자신의 말솜씨를 과신하거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탓에 이를 간과하고 맹목적으로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
 옛날에도 ‘신언서판’ 이라 하여 능란한 말솜씨를 관직 등용의 한 덕목으로 삼았었다. 도가의 시조 노자는 “말은 많이 할수록 자주 궁해진다”고 했으며,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고 극단적으로 갈파했다. 또한 공자가 핵심적으로 추구했던 것 역시, 겉만 번드르르하고 진실하지 못한 말, 그리고 실천이 따르지 못하는 말을 하지 말 것을 되풀이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는 내면의 깊이만큼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과 그것을 구체화하는 능력도 중요시 한다는 뜻이다.
 요즈음 정부 주요관리로 입각을 앞둔 인사들이 과거 행적들로 시끄럽다. 그중 가장 문제 되는 것 역시 언론지상을 통해 회자되는 그들의 말이다. 말은 쉽게 생명을 다하거나 소멸되지 않고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항상 현제 시제다. 쉽게 끊이지 않는 생명력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안마다 깊은 연관성을 갖고 영향을 끼친다. 시대를 천착하여 정의되는 말이 언제나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말은 휘발성이 강한 탓에 퇴고가 불가능해서 글로 옮겨놓을 경우 흠잡을 데가 많아진다. 그러므로 화자의 말이나 행적의 영구보존이 가능한, 각종 관련기기가 발달한 현대에 있어서, 말의 중요성은 과거에 비하여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말은 현대인에게도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뜻만 통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제를 일으켰던 사건사고들이 대부분 말 때문에 비롯된 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자주 벌어지는 대인간 분쟁 역시 말이 주 원인이다. 그러므로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금은 말의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현대인은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은 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로인한 폐해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를 다듬어 주거나 정화시켜 주는 곳은 어디에도 존재 하지 않는다. 이제 함부로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한 말 때문에 평생을 망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갈수록 경박하고 무책임한 말들이 온통 판을 친다. 특히 얼굴이 보이지 않는 유.무선 상에서 의 말은 그래서 더 위험하다. 앞으로 개인이 출세하기 위해서는 말의 허물이 적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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