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집 ‘풀쳐생각’ 발간한 박희팔 소설가



<사진/임동빈>

 날 선 시선 끝에는 웃음기가 매달려 있다. 생명력을 지닌 인물들이 글을 끌어가고, 그들은 해학과 풍자를 넘나들며 사회 전반을 비판한다. 한편 넉넉한 여백이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가가 쓴 칼럼은 다르긴 달랐다.

 충북소설가협회장인 박희팔(74·사진)씨가 칼럼집 풀쳐생각을 발간했다. 소설가인 그가 처음으로 낸 칼럼집이다. 책에는 1986년부터 최근까지 지방 일간지를 통해 발표한 400여편의 칼럼 중 107편이 담겼다. 이중 상당수가 동양일보 풍향계동양칼럼코너에 실렸던 글이다.

 칼럼집 발간은 처음이지만 칼럼 집필을 시작한 것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그는 1994년부터 꼬박 20년 동안 격주마다 한 번씩 동양일보 논설위원으로 독자들을 만나오기도 했다.

 제목 풀쳐생각은 맺혔던 생각을 풀어 버리고 스스로 위로한다는 뜻의 순우리말. 저자는 제목처럼 자신의 생각들을 거리낌 없이 글로 술술 풀어낸다.

 칼럼이지만 일반 칼럼과는 사뭇 다르다. 마치 짧은 소설이나 콩트처럼 보이는 글에 시사성을 더해 독자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시종일관 여유와 위트를 잃지 않는 글은 쉽게 읽히지만 그 안에서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저자는 지난 2010년 동양일보 풍향계 코너에 칼럼 형식으로 연재한 엽편소설을 묶어 엽편소설집 향촌삽화를 펴내기도 했다.

 박씨는 줄거리가 있는 칼럼으로 일반 칼럼과는 조금 달라 독자들이 딱딱하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평소 생각했던 것을 글로 풀어보고 스스로 털어버리고 위로하기 위해 쓴 글이라며 강한 어조로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유머를 섞어 은근하게 비판하려 했다고 밝혔다.



금을 네 번이나 팔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IMF 선배’, 실업자의 일상을 그린 지금이야기에는 IMF 외환위기 당시 고된 서민들의 삶이 묻어난다. ‘텔레비전을 꺼버리는 이유에서는 이름만 바뀔 뿐 구태의연한 행태는 그대로인 정당들을 힐책한다. 이름만 바꿔가며 동창들에게 책을 팔아대는 친구의 이야기에 정치인들의 모습이 얹혀져 피식실소가 인다. 20~30년 전의 이야기가 현재도 힘 있게 읽혀지는 것은 대부분의 일들이 지금 현재도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에 중편소설집을 낼 예정. 2권의 단편소설집도 구상 중에 있다. 콩트집 시간관계상 생략’, 엽편소설집 향촌삽화’, 단편소설집 바람타고 가는 노래’, 장편소설 동천이등을 발간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발표해 온 그는 최근 스마트소설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허구를 빙자해서 실제의 내 솔직한 이야기를 쓸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실은 내 이야기이지만 나중에 멋쩍어지면 허구라고 둘러대면 그만이에요. 그래서 소설에 아주 매력을 느껴요.”

저자는 1941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국민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8년간 중등교사로 재직했으며 1985년 교육신보공모 1회 전국 학·예술상에 소설 행군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뒷목문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오는 25일 충북문화예술인회관 따비홀에서 뒷목문학회 주관으로 열린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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