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학을 접고 있는 김인자씨의 모습. 김씨는 뇌성마비로 양 손을 쓰지 못한다.


전신 마비 장애인인 오리나(23·여)씨는 요즘 자다가도 웃음이 나온다. 열흘 후면 프란치스코 교황을 직접 알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북 음성 꽃동네의 한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에게 교황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평생의 가장 큰 축복처럼 느껴지는 일이다.
오는 16일 음성 꽃동네를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씨 등 10명 내외의 장애인을 직접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3세 때인 1994년 다리가 골절된 상태로 길거리에 버려져 꽃동네에 입소했다. 당시 간질 증세까지 있었다. 이후 간질이 악화되고 패혈증 등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2004년 흡입성 폐렴으로 기관 절개수술을 받아 입으로 식사할 수 없어 튜브로 영양을 공급받으며 생활했다. 그는 현재 누워서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지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항상 환한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어 자원봉사자들은 그를 ‘미소천사’라고 부른다.
김인자(74)씨는 뇌성마비로 양 손을 전혀 쓰지 못한다. 밥도 두 발로 먹지만 다른 환자를 돌보며 꽃동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내는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무관심하지 마라"는 마음으로 생활하는 그의 생활철학은 꽃동네 장애인 학교 설립의 정신이 됐다. 꽃동네가 꼽은 '꽃동네 5인의 영웅' 중 한 명인 그는 교황을 만나면 자신이 두 발로 접은 종이학을 선물할 예정이다.
사지 무력증을 앓고 있는 차필립보(9)군은 미혼모 엄마에게서 태어나 버려졌다. 그는 혼자서는 식사조차 어렵지만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 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의 꿈은 앞이 보이지 않거나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유증으로 기억장애가 생겨 가족들에게 버림받아 2008년 꽃동네에 입소한 이영학(62)씨, 장애가 있지만 꽃동네 학교를 졸업한 뒤 제과·제빵 공부를 해 사회에 진출할 꿈을 안고 있는 전훈(20)씨와 오다빈(19)양 등도 교황을 만난다.
꽃동네 관계자는 "꽃동네에서 생활하는 많은 사람이 교황을 직접 알현하진 못해도 이곳에 찾아오시는 것 자체를 큰 축복으로 생각한다"며 "교황 방문은 꽃동네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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