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나기황 (요한)

알리탈리아 에어버스 330-셰퍼드 원(Shepherd One)
낯선 이름의 비행기 문이 열리고 잠시
이 땅의 아픔을 관조하듯 깊은 눈길을 주다가
이내 환한 미소를 띠고
당신은 한 다발 빛으로 트랩을 내려오셨습니다.
대통령의 영접도, 스물 한 번의 예포소리도 무성영화처럼 흘러가고 나서야
이 땅에 기적처럼 당신이 오셨음을 알았습니다.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묻고 행동하는 젊은이가 되라고
그들의 어깨 위에 희망의 무지개를 하나씩 걸어 주셨습니다.
선교사 없이 스스로 받아들인 이 땅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 값을 흥정하던 순교의 터, 아직도 더운 피의 증언 생생한
광화문 역사의 광장에 십자가 높게 세워지고 100만 인파가 모였습니다.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을 대표해서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복자(福者)품에 올리는 축복의 기도 울려 퍼질 때
감동의 쓰나미를 넘어 이 시대에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했습니다.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충북 음성군 맹동면 이름 하여 ‘음성 꽃동네’, 푯말 없이도 알 수 있는 하느님의 땅,
팔다리 없어도 마냥 행복한 ‘구원’의 땅이요
죽어서도 하늘나라 정원에 들어 생명의 꽃이 되는 ‘꽃동네 사람들’
‘태아동산’에 무릎 꿇고 못다 핀 영혼의 십자가를 가슴에 묻고
장애우를 만나서 얼굴을 부비고 수도자들에게는 진정한 ‘청빈’의 삶을 부탁하며
여기 꽃동네를 찾은 가장 큰 이로서
당신은 우리의 가슴속에 또 하나의 꽃나무를 심어주셨습니다.

하늘에서 지어 준 착한 이름, 프란치스코
‘고통이 있는 곳에 위로를’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머리보다 가슴으로, 가슴보다 행동으로, 삶의 한 가운데서
‘복음의 기쁨’을 살아가라고 당신은 일러주십니다.

“일어서라, 그리고 비추어라” 알겠습니다.
어디에도 없을 것 같던 희망의 불씨를 다시 찾아 지피겠습니다.
당신이 일러주신 ‘복음의 기쁨’이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나가
고통 받는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되고 동토의 북녘 땅에도 평화가 오길
아, 대한민국 당신이 머문 100시간의 여정이 100년의 희망으로 피어나길
두 손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아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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