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한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이 여야 간 정쟁에 밀려 최소 1년 이상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8일 현재 정부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설정한 19개 법안이 발의 이후 국회에서 평균 385일 동안 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당국이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제도 개선안이 1년 이상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6차 무역투자진흥회를 열어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개 유망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투자활성화 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책의 근간인 서비스사업발전기본법이 지난 2012년 7월 20일 발의된 이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은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정책 의지를 표명하는 기본법 성격이지만 의료 민영화 등을 우려하는 이익단체의 반발로 입법이 차이피일 미뤄져 760일째 계류 상태다.
또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숙박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역시 2012년 10월 9일 발의된 후 679일째 헛바퀴만 돌고 제자리걸음이다.
부양 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지난해 5월 24일 발의됐으나 지원 대상만 증가하고 급여 수준은 줄어들 수 있다는 야당의 반대로 발목이 잡혔다.
소상공인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만들기로 했으나 관련 법안이 2012년 9월 27일 이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9월 입법 전쟁에 나선다. 1년 이상 밀린 법안과 지난 12일 나온 서비스업 육성 방안에 담긴 법안 21개 등 51개 경제 활성화 법안이 대기 상태다.
이와 함께 소득세법 개정안 등 세제 개편을 담은 16개 세법 개정안도 다음 달 국회로 넘어간다. 연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할 법안만 70개에 육박한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지만 여건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7.30 재보선 참패로 야당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데다 야당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법안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가 회부된 법안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등 과정을 거치고, 법안에 문제가 있을 때는 절충·수정 등 조정 작업을 하는 게 고유한 입법 기능이다.
하지만 내용 조정 등 법안의 본질적 부분이 아니라 여야 간 대치 등 정치공방에 밀려 법안 처리가 미뤄지는 것이 문제다.
지난 13일 여야가 세월호특별법 처리 문제를 둘러싼 대치 끝에 민생법안 처리가 무산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지금처럼 국회 상황이 꽉 막혀 있는 경우에는 사안별로 분리해서 접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민생 법안과 일반 법안을 분리해 합의 가능한 것은 우선 통과시키고 논쟁점이 있는 것은 계속 논의해 가면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통과시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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