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법을 두고 여야간 이견으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다 가까스로 도출한 합의안이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자 누구보다 입지가 좁아진 이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였다. 들끓는 국민적 반대여론에 떠밀려 결국 재협상을 벌여 재합의안을 내놓았지만, 차려지지도 않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더 얹어놓은 꼴이 되고 말았다.
상설 특검법상 여야 2명씩 배분돼 있는 특검추천위원회의 여당 몫에 대해선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를 얻는다는, 겉보기엔 그럴싸한 재합의안이었지만, 세월호 유족들은 가족총회 표결을 통해 즉각적이고 강경한 반대입장을 내놨다. 유가족이 동의할 수 없는 인물들로 여당이 계속 내놓는다면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취해온 행보들을 볼때 도무지 진정성을 찾을 수 없고 믿을 수 없다는 강한 불신감이 깔려 있다. 유가족들은 덧붙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강제적 권한을 주는 것이 협상의 핵심이라고 못박았다.
여당은 느긋한 자세다. ‘양보할 만큼’ 우리는 양보를 했으니 나머지 ‘청소’는 야당이 알아서 하라는 투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 “새누리당이 나서면 유가족들을 분산시킬 수 있어 잠자코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1대1로 설득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야당에 책임을 떠넘겼다. 소통의 부재다.
야당은 광화문 유가족 단식 농성장과 총회장을 찾는 등 세월호법 재합의안에 대한 유가족 설득에 진력을 기울였지만, 성과는 별무신통이었다.
‘정치적 수사’없이 단순하게, 쉽게 생각해보자. 유가족들이 일관되게 원하고 있는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부여가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를 말이다.
여당은 그것이 법률에 상충된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에 대한 답은, 그래서 특별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특별법 제정의 남발이 일반법의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세월호 참사 같은 경우는 ‘아주 특별한 사안’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성역없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자는데 반대하는 세력이 있을까 믿고 싶지는 않지만, 법적 강제성을 띤 상태여야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경과, 대처 방법 등에 대한 의혹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딜레마’로 자리잡은 세월호라는 이슈가 법적 강제성이라는 키워드로 빗장을 열게 되면 입을 상처가 그들에게는 두려운 것 아닌가 싶다.
철저하게, 낱낱이 진실을 규명하는 데 두려울 게 없다면 조사위의 수사·기소권은 ‘절대불가’라고 미리부터 마지노선을 그어버릴 이유가 있을까. 그런 여당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다. 국민적 총의를 모아야 한다.
온 국민이 ‘교황앓이’를 앓았었다. 깊고 온화한 미소, 가난한 자를 향하는 발길, 세월호 유가족을 보듬으며 방한내내 왼쪽 가슴에 달았던 노란 리본. 그 교황이 한국을 떠나며 ‘노란 리본’을 단 이유를 말했다.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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