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4일째 되던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연출된 눈물, 조작된 눈물이라거나 ‘악어의 눈물’ 등 말도 많았지만, 우리는 대통령의 눈물의 순수성 만큼은 의심하고 싶지 않다는 희망을 이야기 했었다. 그리고 순수한 눈물의 선행 조건으로 권위주의적 속성을 버리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 ‘뼈저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그날 박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며 “국가가 먼저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게 보상을 하고, 사고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특별법안을 정부입법으로 즉각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에 앞서 5월 16일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특별법은 만들어야 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상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는 것”을 이야기했고, “유가족 여러분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단식 40일을 넘기면서 몸을 가누기도 힘든 김영오(유민 아빠)씨가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청와대로 향한 20일, 경찰병력은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언제든 만나겠다’던 약속은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돼야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다”는 청와대의 발표로 ‘헌신짝’이 됐다.
문제의 핵심은 박 대통령과의 만남 자체가 아니라, 그를 통한 진상조사위의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여부다. 정권과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 강제성을 띠지 않은 상태에서의 진상조사는 하나마나라는 위기감이 수사권과 기소권 요구의 배경이다.
새누리당은 두번이나 ‘양보’ 했으니 나머진 야권이 알아서 하라는 거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의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당이고 보면, 통큰 양보를 한 듯도 싶다. 그렇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 수가 없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새정연에겐 ‘히든카드’가 없는 것이다. 두번의 협상 과정을 거치며 모두 써버렸기 때문이다. 또 협상을 하자고 하려니 머쓱하고 민망하고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세월호 유족들의 의견을 철저하고 신중하게 수렴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큰 반발에 직면한 건 당연한 일이다. 나아가기도, 물러서기도 쉽지 않은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시간을 잠시 되돌려보자. 박 대통령은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유족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 지키면 된다. 눈물의 순수성을 지키는 일이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원칙이 바로서는 일이다.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하면 그것은 국가가 아니다”라는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곱씹어야 한다. 스스로 약속했던 철저한 진상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언제든 유가족을 만나겠다는 것들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또 눈물을 흘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을 우리는 보고 싶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