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파트너인 단위농협들과 협의 안 한 채 진행

진천/한종수 기자 = 진천군이 추진하고 있는 농산물 산지 유통센터(APC) 건립사업이 계획 초기, 농협 등 관련기관과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일단 유치하고 보자는 식'의 성과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군에 따르면 관내에서 농민들이 재배 중인 토마토와 오이, 수박 등 대표 농산물이 제대로 된 유통시스템이 없어 생산농가가 직접 농산물을 판매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자 2009년 농림축산식품부에 APC 건립 지원을 신청, 2011년 기본계획을 승인받았다.

군은 농민이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다보니 출하량과 시장의 가격 변동에 따라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센터 건립 타당성을 내세웠다.

그러나 군은 당시 이 사업 파트너인 농협들과는 전혀 논의를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했고 이 결과, 기본계획을 승인 받은 후 출하액 등을 논의하는 어설픈 행보를 걸었다.

예상대로 군과 농협은 여러 논의 과정에서 이견을 보였고 2012년 착공한다던 이 사업은 지금까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 결과, 군은 지난해 농식품부와 at의 산지유통 활성화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2년 넘게 소요되는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역 6개 농협이 모두 사업에 참여해야 국비를 지원받을 요건이 되지만 위탁운영 손실 보전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농협이 사업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유통센터 운영 주체인 지역 농협들이 수익구조에 의구심을 보일 것이 확실한데도 군은 미비점을 보완해 국비를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통상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군은 2009년 진천읍 성석리 2만8000여㎡ 부지에 연면적 6500여㎡ 규모의 APC를 건립키로 하고 당시 농림축산식품부에 국비지원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농협 관계자는 "출하량도 문제지만 농업과 농민, 지역현실을 고려치 않은 유통센터는 예산낭비로 전락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그런 사업에 농협이 동조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획도 군이 단독으로 했으며 운영도 군이 알아서 하면 될 것이지 일은 다 벌려 놓고 농협보고 정리하란 것"이라면서 "군의 탁상해정에 농협까지 휘둘리긴 싫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지역 농협이 동참 의사를 밝히지 않아 사업을 보류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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