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본사 상임이사)

 

프랑스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는 아름다운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다.
하나의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 이 탑은 세련된 조형미와 위용으로 광장을 찾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그러나 이렇게 멋진 오벨리스크의 출처를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 오벨리스크는 원래 이집트 룩소르의 카르낙 신전 앞에 세워져 있던 기원전 1550년 건축된 두 개의 오벨리스크중 하나다. 이집트인들은 태양의 신 라(Ra)를 섬기며 태양 광선처럼 길쭉하고 뾰족한 형태의 조형물을 만들어 그것에 라와 파라오에 대한 찬가를 상형문자로 새겼는데 그것이 바로 오벨리스크였다.
그 조형물이 이곳에 위치하게 된 것은 19세기 무렵 이집트의 총독이 프랑스의 루이 필리프 왕에게 증정해서였다. 길이 22m, 무게 225톤의 이 대형 석조물이 이집트를 떠나와 콩코드 광장에 놓여지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년5개월.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거리, 루브르박물관에서 튈르리정원을 잇는 거리의 중앙에 방점을 찍듯 우뚝 선 이 아름다운 조형물은 파리지앵은 물론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기념물 중 하나이다.
그러나 파리지앵에게는 더없이 자랑스러운 이 석조물을 이집트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당시 이집트는 오벨리스크를 프랑스로 넘겨주는 대신 대형시계 한 개를 받았으며 그 시계는 10년도 못가 고장이 나버려 폐물이 되었다. 대형시계와 바꾼 오벨리스크.
이것처럼 대영박물관이나 루부르박물관에 있는 수많은 유물들 역시 합법을 가장해 강대국의 약탈로 빼앗은 것들이다.
이점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나마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국가가 돈을 들이고 소중하게 보관했기 때문에 인류의 자산으로 남겨질 수 있었던 것이지, 만일 그 나라에 그대로 두었다면 벌써 깨지고 부서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그러나 다른 이는 이렇게 반박한다.
그것은 문화우월주의 강대국의 시각이다, 역사를 만든 유적과 유물은 그 자리에 있을 때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지, 조상의 정신과 흔적들은 당연히 후손에게 남겨져야 한다. 읽지도 못하는 이집트 상형문자의 오벨리스크가 콩코드 광장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관점의 차이란 이렇게 크다. 어느 쪽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요즘 세월호 문제가 답답하다.
세월호특별법 문제로 임시국회 한번 열지 못한 채 정국이 표류하고 있다. 여당은 소통을 하지 않고 있으며, 야당은 장외투쟁이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46일간의 단식을 중단했지만, 아직 동조단식들은 계속되고 있다. 야당과 여당, 보수와 진보, 평행선을 긋듯 팽팽한 의견의 대립에 우리 사회는 갈등의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이다.
국민들은 지금 이 정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우리 국민은 모두 죄인처럼 지냈다. 꽃다운 생명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세월호를 운영한 이들에 대한 분노로, 그리고 사회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숨을 죽이며 살았다. 식당에 손님이 줄고, 상업에 매출이 떨어지고, 경기가 바닥을 쳐도 감내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하면서 펄럭이는 노란 리본에 애도의 마음을 보내며 견디었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민생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월호특별법에 막혀 모든 민생의 법들이 올스톱 되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들이 터져나온다.
세월호특별법의 내용이 서로 다르면 더 자주 만나서 논의하고 수정하고 보완하면 되지 않는가. 왜 애먼 국민들이 여야의 기싸움에 밀려 시급한 민생법에서 외면돼야 하는가.
국민은 언제까지 참고 기다려야 하는가.
참으로 답답하다. 국회가 이기고 지는 게임장인지, 국회의원들이 바라보는 국민에 대한 관점이 어떻길래 우리가 지금 이렇게 답답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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