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한종수 기자 = 세상을 살다 보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 먼저 어떤 일을 제의해 놓고 나중에 딴 말을 하면 백이면 백 어이가 없을 것이다.

이처럼 개인 간 사소한 의견차이도 문제가 되는 세상에, 군 행정이 소꿉놀이로 전락하니 과연 누가 행정을 신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증평군은 수년 전부터 군 청사와 펜스 하나를 놓고 인접한 증평읍 파라디아 아파트에 출입로 개방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 주민들이 무분별한 주차 등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면서 그동안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이 사업은 수년 간 답보상태에 머물러야 만 했다.

그러다 최근 이 아파트는 무인 주차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군에 출입로를 개방해도 무관하다는 주민 서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로 개방 시 이 아파트와 군 청사는 펜스를 경계로 바로 인접해 있어 돌아가던 불편이 해소되는 등 많은 민원인들의 편익증대가 기대됐다.

그러나 군이 당초 출입로 개방을 요구했던 입장을 돌연 바꿔 청사방호 등의 이유를 들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자 주민들은 “군 행정 처리에 어이가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가 군은 군의회 청사 보호를 이유로 설치했던 펜스 일부를 허물어 두 곳에 통행로를 내면서 특정 단체를 위한 편파행정이라는 의혹까지 받았다.

당시 군은 최근 주민들이 요구했다며 군의회 청사 두 곳에 폭 2m, 높이 1m의 통행로를 만들었지만 이곳은 주말 외엔 주민들의 출입이 것의 없는 곳으로 군의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개방 요구에도 불구하고 보안상 이유를 들어 군 청사는 개방하지 않으면서 의회 청사는 개방하는 군의 이중잣대를 보면서 군정 방침인 ‘섬김 행정’이 낯설어 보이는 대목이다.

‘섬김’, ‘소통’ 등 미사용어를 사용하긴 쉬워도 실천하기 어려운 곳이 증평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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