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물건 팔러왔어?”
잠바차림의 군수가 조용히 노인회관에 들어서며 목례하고 한 어르신 곁에 슬그머니 앉자 한 어르신이 묻는다.
“저 예산군수입니다. 그동안 안녕하셨지요?”
“어쩐지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아∼이구 군수님 어서 오슈∼”
홀연히 나타난 낯익은 군수의 모양새는 노인들의 눈에 여느 잡상인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황선봉 예산군수가 매주 공휴일을 기해 12개 읍·면 민생시찰을 돌고 도는 순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는 4년전 고배를 마시고 지난 7월 군수로 취임하기 전까지 311개 마을을 3번씩 찾아다니며 주민들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꼼꼼히 살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어르신들과 친숙해 졌다.
군수는 왜 혼자 다닐까 궁금해 졌다.
그가 움직이면 비서실장부터 담당과장과 직원, 해당 읍·면장, 이장 등  최하 5∼6명은 수행에 나서 누가 봐도 높은 사람 아니면 군수행차로 담박 알 수 있는 게 관행이였다.
하지만 주말 뒤따를 직원들의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피하고 주민들과는 겪의 없이 편안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1대1 마주앉아 애로사항을 귀담아 듣고 요구항목을 쫀쫀하게 메모하며 손잡고 약속한다.
평소에도 집에서 집무실까지 1km여를 걸어서 출·퇴근하며, 오가는 군민들과 인사 나누고 길거리 민원을 접수한다.
편안한 고급 승용차를 마다하고 전례에 없는 여럿이 탈 수 있는 승합차로 바꾸고 사적인 일에는 여지없이 택시를 이용해 지인들을 만난다.
권위나 허례 따위는 벗어 던진 이웃집 인정 많은 아저씨와 별반 차이가 없다.
64세의 적지 않은 연령임에도 그의 발걸음에는 활기와 의욕에 넘치고,  잠시도 진드감치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일명 발발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게다가 조금은 촌스러운 그의 이름을 요즘 세태에 크게 유행하고 있는 약어로 풀어보면, 선봉에 서서 (선)정을 베풀고 군민의 (봉)이 되겠다는 이름자가 그에게 딱 맞는다.
그는 인사 청탁 시 인터넷에 청탁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했더니 한 건의 청탁도 들어오지 않아 감사하다고 했고, 추석을 앞두고 업체나 상사에게 선물을 주고받던 문화를 바꿔 나부터 솔선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니 자연 공무원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얼마동안이나 그러고 다니는지 두고 보겠다, 조금하다 말겠지,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그는 초지일관으로 임기동안 반드시 신뢰받는 군정, 청렴한 조직문화, 군민 행복시대를 열어 가겠다는 희망이자 포부를 밝히고 있다. 군민은 임기동안 그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다.
<예산/이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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