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의사일정 그대로 간다" vs 야 "특별법 제정 무산 의도"

국회의장 직권으로 정기국회 의사일정이 17일 공식 시작됐지만 국회는 여전히 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내홍에 휘말린 야당이 의사일정에 참여할 의사도, 여력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날 시동을 걸 예정이었던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은 이전처럼 문만 열어놓은 채 공전했다.

새누리당은 당장 단독 국회를 강행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보고 며칠 더 야당을 설득하며 명분을 쌓는다는 복안이어서 3주째 계속된 정기국회 개점휴업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그동안 야당을 존중해 단독으로 국회 운영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 국민과 나라를 위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야당의 의사일정 참여를 압박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오후 국회에서 자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및 간사들과 연석회의를 열어 "전체 의사일정은 의장이 발표한 그대로 간다"며 단독 국회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정기국회를 가동한다 해도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장 참여할 생각이 없어 이른바 '반쪽 국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단 새정치연합은 정 의장이 의사일정을 직권 결정하고 여당이 단독 국회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윤근 정책위의장 등 새정치연합 당직자들은 이날 정 의장을 찾아가 의사일정을 직권 결정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하고 다시 여야 합의를 통해 의사일정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던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이날 당무에 공식 복귀하면서 일단 한 고비를 넘겼지만, 당내 분란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오히려 세월호법 대여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져 정국은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회동을 통해 여야의 세월호법 2차 합의안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했음을 선언한 것은 앞으로 세월호법 협상이 이전보다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했다.

유족들이 이미 거부한 2차 합의안을 여권이 '최종안'으로 못 박음으로써 안 그래도 활동 공간을 찾기 어려웠던 야당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악재들은 자칫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도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다른 의사일정은커녕 예산 심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 차원 높였다.

박영선 위원장은 탈당 의사 철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국회에 최후통첩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그동안 세월호 협상을 청와대가 뒤에서 주도했음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며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민주주의와 의회주의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라며 "군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 앞에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조정식 사무총장도 "박 대통령의 발언은 야당이 어려운 틈을 타 특별법 제정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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