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가끔 언론에서 ‘역대 대통령중에서 가장 유능한 대통령은 누구이고 무능한 대통령은 누구인가’ 또는 ‘대통령 직을 가장 잘 수행한 대통령은 누구인가’ 혹은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싶은 역대대통령은 누구인가’라는 설문을 해서 보도한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개 개인적 선호도에 따라서 또는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결과를 두고 큰 의미를 부여하면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이는 마치 각종 선거에서 당선되면 유능한 존재라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지역주의나 연고주의에 기초한 묻지마 투표’ ‘정책내용보다는 인물중심의 투표성향’ 등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요소가 많은 우리의 정치문화를 고려할 때 더더욱 그렇다.
 정치지도자 특히 대통령의 국정운영능력은 어떤 요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까. 대통령학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자질과 국정운영능력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함성득, 「대통령학(제2판)」). 즉, 대통령의 신체적인 조건, 나이, 정치적 경험의 유무와 기간, 군복무경력, 자식의 유무 등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과정과 국정운영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군복무 경력과 관련하여 미국의 경우 많은 대통령이 군복무를 하였지만,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같은 성공한 대통령도 군복무경력이 전혀 없으며 클리브랜드대통령은 남북전쟁 당시 징집이 되었지만 돈을 주고 징집을 기피했는데 2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하였다.
 이런 점에서 학자들은 대통령후보자의 '지적 능력' 즉 학력과 IQ를 가장 중요한 자질의 요소로 꼽고 이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기도 하였으나 결과는 그렇게 신통한 것이 아니었다. 즉, 미국의 모든 대통령은 IQ면에서 적어도 100 이상은 될 것이라는 것과 높은 지적 능력이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상식적인 것이었다. 다만, 대통령의 선출과정은 대통령선거기간만이 아니라 대통령후보자 전 생애에 걸친 것이므로 후보자 자신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의 가족, 참모들의 문제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누구나 대통령이 될 기회는 주어지지만 아무나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이던 항상 대통령선거에 필요한 자질과 자원을 준비한 사람으로서 당시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조화를 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능한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정수행능력이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함성득은 「대통령학(제2판)」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후보자들이 당선되는 것에만 관심을 집중하여 당선된 후의 국정운영 준비를 하지 않는 경향이 높다고 하였다. 따라서 대통령후보자들은 대통령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경우처럼 ‘선거운동(campaigning)팀’과 ‘국정운영준비(governing)팀’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 공을 놓고 캠프내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지만 의미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태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동양에서 ‘대통령은 큰 운을 타고나는 사람’이라는 운명론적인 입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통사람들이 대통령을 하는 것을 보면서 아니 실패한 대통령들로 점철된 우리의 정치사를 보면서 그런 입장이 더  드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유능한 대통령을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바램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사악한 지도자, 실패한 대통령도 제법 존재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유한하고 기회는 5년밖에 없다. 벌써 임기 중반으로 치닫는 우리의 대통령은 현재 어떤 업적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남북통일의 튼튼한 기반을 마련하여 아버지의 후광을 뛰어넘을 수 있는 그런,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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