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중원대 교수)

 

1492년 8월 스페인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롬버스는 오랜 항해 끝에 기적적으로 한 섬에 도착하였는데, 이곳이 현재의 중미 바하마제도인 산살바도르였다. 그때 그는 원주민인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피는 담배(Nicotiana tabacum)에 호기심을 가지고 담배잎을 가져가 말려 핀 것이 담배의 시초다. 담배는 인디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조상들도 각성효과가 있다고 믿고 몸이 아플 때나 우울할 때 담배 한 모금으로 진통제 역할을 대신 했다. 담배는 실제로 한방에서 독한 니코틴 때문인지 몰라도 구충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렸을 적 집에서 긴 곰방대와 재떨이가 있었는데 애연가인 아버지로 인하여 매일 재떨이를 청소한 기억이 난다. 필자의 연구실에도 재떨이와 담배가 놓여있는데 담배를 끊었지만 아직도 재떨이를 버리기가 아깝다.
조선시대 황금 찬란한  문예 르네상스의 꽃을 피웠던 정조는 애연가로 유명하다. 돋보기 안경을 써가며 학문을 사랑했던 그는 한편으로 반대파 정적들의 암살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사도세자인 아버지를 그리워하다가 잠시 시름에 빠지면 담배를 피며 한시름을 놓았던 그였다. 대표적 허무주의 시인으로 알려진 공초 오상순 선생은 하루에 10갑 이상을 피웠다고 한다. 공초란 말이 비움을 초월한다는 뜻인데 그는 항상 비우면서 담배연기로 허기진 정신을 채웠다. 중국 등소평도 영국 처칠도 담배를 늘 피운 애연가였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도 민주화운동 시절에는 헤비 스모커였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로 어려울 때  직장을 잃고 암울했던 당시에는 50억갑 이상 담배가 팔렸다고 한다. 그만큼 담배는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자리매김했다.우리나라 담배는 유렵이나 미국에 비해 싸기로 유명하다. 또한 술과 함께 누구나 살 수 있다. 한때 담배는 전매품이었다. 국가가 ‘전매청’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독점 관리했다. 당시 양담배를 피면 공무원들은  해임조치를 당하는 등 애연가들의 수난도 있었다. 그런데 담배는 한방에서 각성효과와 구충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그 독성으로 인하여 백해무익의 하나로 전락됐고 건강이상이나 성인병을 유발한다고 하여 수난을 받고 있다. 요즘 담배피면 취업도 어렵고, 거리에서 이상한 눈초리를 받기도 하고 심지어 신고당하기도 한다.
담배는 4000여 가지 독소가 있고 성인병이나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지난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4년 동안 48.7%(2007년 1조512억원→2011년 1조5633억원) 증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1년에는 흡연으로 인한 뇌혈관질환에 3771억원, 고혈압에 3470억원, 기관지·폐암에 1988억원의 진료비가 들었으며, 뇌혈관질환 진료비는 4년 새 62%(2007년 2331억원→2011년 3771억원), 기관지·폐암은 4년 만에 53%(2007년 1297억원→2011년 1988억원) 늘었다고 한다. 즉, 흡연자는 금연자에 비해 후두암에 걸릴 위험이 2.74배, 폐암에 걸릴 위험은 2.63배, 정신·행동장애가 발생할 위험은 2.14배, 식도암에 걸릴 위험은 1.92배 높다고 한다. 이렇게 해악이 큰데 정부와 담배공사는 그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국민건강을 팽게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최근 정부가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한다. 그 돈으로 국민건강도 챙기고 세수도 확보한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한 해 걷히는 담뱃세는 6조8000억원 가량이라고 한다. 담배공사에 의하면 2500원인 담뱃값은 제조원가와 유통마진이 950원이고, 나머지 60.2%(1550원)는 복지부·안전행정부·기재부·환경부·교육부 등 5개 부처가 세금·부담금 명목으로 떼간다고 한다. 세금과 부담금도 복잡한데 담배소비세(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354원), 지방교육세(320원), 부가가치세(227원), 폐기물 부담금(7원)이 붙는다고 한다. 문제는 정부가 담뱃값에서 나오는 건강증진기금을 본래 용도가 아닌 엉뚱한 데 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올해 담배에서 거두는 건강증진기금 2조원 중 절반인 1조원을 건강과 관련 없는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는 데 쓴다는데 있다. 정부가 금연 사업에 쓰는 돈은 1.2%인 243억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담뱃값 인상으로 구멍난 세수를 막으려한다든지, 건강증진기금을 흡연자의 건강이나 금연사업에 쓰지 않고 전용한다면 정부의 담뱃갑인상에 국민들의 비난을 어떻게 불식하고 동의를 구해야 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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