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경찰서 청안파출소 경사 이상재

태풍이 몰고 온 장맛비가 풍성한 들녘을 촉촉이 적시고 떠났다. 장맛비가 지나간 자리에는 가을의 문이 열렸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매일 밤 잠 못 이루게 하는 날도 많은 한 해였다. 그 중 나는 우리사회가 풍성해 질수록 또는 추운 겨울 밤, 훈훈한 연탄불 같은 사람들이 시린 사람들을 돌보는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현재 우리 사회의 급속히 진행된 고령화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고령화에서 비롯된 사회적 약자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알고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사회적 약자란 사회나 제도적으로 불리함이나 차별을 경험하는 사회 구성원을 이르는 말로 특히 경찰 치안활동의 안전과 관련 있는 것은 독거노인, 치매 환자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갖아야 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우리사회의 65세 노인 인구는 2009년 기준 약10.7%이며 2018년에는 14.3%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 결과가 나왔다. 특히 노인인구의 절반이 넘는 약 7.8% 정도가 장애등급을 가지고 있는 점과 보살핌이 없는 치매질환자의 변사, 교통사고 등 안전에 매우 취약한 문제는 해마다 줄지 않고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이러한 치매환자의 경우 현재 정상에서 치매로 이행되는 중간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유병율도 27.8%로,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치매 고위험군으로 이들 자신은 스스로 위험에 닥치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사회적 약자의 체계적인 관리와 위험으로부터 구해 줄 안전시스템은 구성은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국민들 대다수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갖거나 안전사고 등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데 무척이나 인색해왔고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뿐만 인가 우리는 그들을 마치 다른 세계의 사람들처럼 차별하거나 도와주기는커녕 더 힘들게 해왔던 것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경찰뿐만 아니라 유관기관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체계적으로 보완해나가고 관리해 나갈 경우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지키고 충분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시선도 틀림없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이 다가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가 아는 사회적 약자는 결코 먼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 싶다.

사실 내 주변과 가족들을 조금만 더 살펴보면 몸이 불편한 노인들과 장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돌봐줄 사람들이 없는 분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생계와 지병에 하루하루를 힘들어하는데도 우리는 작은 손길뿐만 아니라 눈길마저 주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지금부터라도 그 분들에게 우리사회가 조금만 더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고 한 사람 한 사람 더 많은 배려를 통한 관심을 준다면 대한민국 사회의 희망 온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올라갈 것이 틀림없다.

실제 사례에서 보면 치매환자나 정신지적 장애인이 보호시설과 보호자로부터 이탈하여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경찰에 발견되거나 이웃주민의 도움을 통해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일과 이미 목숨을 잃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든 적이 여러 번 있었고 해마다 같은 문제점이 반복되는 실정이었다. 그 분들의 공통점은 어려운 경제여건과 돌볼 가족이 없어 홀로 살거나 전담인력의 부족으로 항상 위험에 처해 있고 생계에도 곤란을 겪는 것은 현장에서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우선 우리 경찰은 가장 쉽게 접근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 우대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다가가려 한다. 즉 안전에 취약하거나 몸이 불편한 노인에게 일반사람과 동일조건의 경찰활동이 아닌 일정비율을 우대하는 안전서비스 만들고 유관기관과의 체계적인 협조를 이끌어낸다면 한 차원 높은 안전 서비스의 실천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교수였던 존 롤즈(1921-2002)는 정의론에서 사회적 약자가 유리해질수록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된다고 하였다. 결국 우리 경찰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끊임없는 배려는 국민의 감동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게 되고 이를 통해 행복한 사회가 된다면 국민이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경찰은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 자명한 일이다.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경찰의 배려는 계속될 것이고 모든 경찰활동의 배려의 씨앗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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