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지역 고교평준화가 결국 도의회에서 발목 잡혔다. 충남도의회가 고교 평준화를 위한 관련 조례 개정에 대해 충남도교육청의 ‘준비 미흡’ 등을 이유로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취임 이후 역점을 둬 추진했던 정책에 대해 도의회가 제동을 걸자 조례 통과를 낙관해 온 도교육청은 매우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2016년 고교평준화를 시행한다는 충남도교육청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 천안 고교평준화 조례안 도의회 ‘부결’

충남도의회는 13일 274회 정례회 4차 본회의를 열어 도교육청에서 제출한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을 하는 지역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고교평준화 조례)을 출석 인원 38명 가운데 찬성 14, 반대 19, 기권 5로 부결시켰다.

지난 6일 격론(찬성 5, 반대 1, 기권 2)끝에 도의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던 고교평준화 조례안이 본회의에서는 부결된 것이다.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편적으로 조례안을 처리할 때 전문성을 가진 상임위에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것으로 보고 본회의에서는 대부분 ‘통과의례’적으로 가결해왔기 때문이다.

해당 조례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도교육청이 실시한 천안지역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천안을 고교 평준화 실시지역으로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천안지역 초등학교(6학년)·중학교(1학년) 학부모와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3.8%가 평준화에 찬성했다.

● 천안 고교평준화 ‘산넘어 산’

충남도교육청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도의회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김지철 교육감이 직접 나서 14일 오전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부결 사태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책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교육감의 핵심공약인 천안지역 고교 평준화를 정착시킨 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그동안 도의원들을 상대로 전방위 설득을 펼쳤다”며 “충격이 크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교육감께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안고교평준화학부모모임 관계자는 “천안 학생과 학부모 대다수가 원하는 고입정책을 도의회가 부결시켰다”며 “진보 교육감의 발목을 잡기 위해 시민의 염원을 무시하고 우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결된 조례안은 다음 달 열리는 도의회 정례회에 다시 제출할 수 있지만 ‘준비 불충분’을 지적한 의원들의 요구사항을 단기간 내 충족시켜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다음 달 정례회에서 처리가 안 되면 안건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된다. 내년 조례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준비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6학년도에 시행하려던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천안고교평준화는 김지철 교육감이 취임 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한 사안으로 충남고교 평준화 시행의 초석으로 평가된다. <최재기‧정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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