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초·중·고 과학실에 낡고 오래돼 제대로 된 실험이나 실습교육이 불가능한 현미경이 수두룩하다.
10대 가운데 1대는 20년 이상 됐고, 심지어 1970년에 사들인 현미경이 44년째 사용 중인 학교도 있다. 일선 학교현장에서 골동품을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과학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이 전국 초·중·고교 과학실이 있는 교구 중에 각종 과학 수업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과학실 필수 교구인 현미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다.
전국 각 시도별 초·중·고교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미경 19만598대 중 1만9542대(10.25%)가 20년이 넘는 낡고 오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별 분포 현황을 보면 21~25년이 1만5896대, 26~30년이 2885대, 31~35년 622대이며, 심지어 구입한지 36년 이상 된 것도 139대나 있었다.
충북은 7251대 중 21~25년 703대(9.70%), 26~30년 150대(2.07%), 36년 이상 2대(0.03%) 등 855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10.3%에 비해 1.5%p높은 수치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는 21∼25년 311대(9.06%), 26∼30년 24대(0.70%)등이다.
중학교는 21∼25년 184대(7.46%), 26∼30년 41대(1.66%), 고등학교는 21∼25년 208대(15.40%), 26∼30년 85대(6.29%), 36년 이상 2대(0.15%)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은 3353대 중 21~25년 445대(13.27%), 26~30년 87대(2.59%)로 전국 평균 8.34%와 1.51%보다 높다.
충남은 전체 8810대 중 21~25년 1124대(12.76%), 26~30년 93대(1.06%), 31~35년 41대(0.47%), 36년 이상 3대(0.03%) 등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1970~80년대에 구입된 현미경이 아직도 교육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어 체험과 실습을 통해 배움을 얻는 과학실에서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1970년대 구입한 30년 이상 된 현미경이 학교 현장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한국 과학교육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과학교육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교구인 현미경조차 노후화돼 실습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말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론에 치우친 교육 현실과 낙후된 실습 교구에 과학교육이 무너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과학실 대표 교구인 현미경뿐만 아니라 일선 전국 초·중·고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각종 기자재 및 실습용 교구도 낡고 오래돼 학생들이 이용하기 불편한 것으로 파악돼 교체가 더욱 시급한 상태다.
창의적 인재 육성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학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과학교육은 수능이나 대입을 위한 시험대비 공부나 이론 공부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당국은 이제라도 실험·실습 교육 강화 등 과학 교육이 내실화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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