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부담도 있겠지만, 숙명으로 알고 매일 죽을 힘을 다해 던지겠습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왼손 에이스 김광현(26)이 어린 시절부터 이어 온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광현은 29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걱정도 되지만 많은 이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첫 걸음을 시작하려 한다"며 "가능성을 인정받고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실망시키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내밀었다.

    김광현은 2008∼2010년 두 차례 다승왕을 차지하고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를 한 차례씩 차지하는 등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활약했다.

    이후 몇 년간 어깨 부상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타고투저의 광풍 속에서도 28경기에 출장해 13승 9패와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하며 부활했다.

 

    김광현은 "아프지 않고, 지난해와 올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정밀검사 결과 어깨에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광현은 "어린 시절 박찬호 선배를 보며 꿈을 키웠고, 박찬호기 야구대회처럼 나도 메이저리거가 돼 '김광현기 대회'를 열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며 "왼손 투수이다 보니 랜디 존슨을 보며 큰 무대를 꿈꾸기도 했다"고 오랜 꿈에 한 걸음 다가갈 기회를 잡은 데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아울러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모두 붙어보고 싶다"며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과연 유인구에 속을지, 직구의 힘으로 이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새로운 무대를 향한 호기심도 드러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다면 소속 팀과 보직은 상관없다고 했다.

    김광현은 "가고 싶은 팀은 단 하나, 나를 진정으로 원하는 팀"이라며 "원하는 팀이라면 선발이든 중간이든 보직에 상관없이 죽을 힘을 다해 던지겠다"고 했다.

    다만, 투수도 치고 달리며 야구를 즐길 수 있고 지명타자를 상대할 필요가 없는 내셔널리그 팀을 더 선호한다고만 덧붙였다.

    앞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사례를 남긴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대해서는 "현진이 형이 길을 잘 닦았고, 나는 새로운 길을 닦아야 하는 선수"라며 "현진이 형의 장점은 마운드에서의 포커페이스이고, 내 장점은 4일 휴식 로테이션에의 체력적 적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진이 형에게 여러 조언을 꼭 듣겠다"면서 "직구와 슬라이더가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현진이 형처럼 체인지업을 던지도록 배워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광현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내 마음 속에는 보이지 않는 태극 마크가 자리잡을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SK 와이번스 임원일 대표이사와 민경삼 단장 등이 함께 참석해 김광현의 도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에이스가 떠나면 구단은 손실이지만, 국위 선양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전제하에 진출에 동의하며,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당한 대우'의 구체적인 기준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SK는 내달 1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김광현의 포스팅을 공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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