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관점에서 영화를 읽는 곳, 청주여성영화도서관 ‘소란(청주시 운천동·070-7204-1130)’이 활짝 문을 열었다.

‘소란’은 충북대와 서원대 등에서 영화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인영(사진) 대표가 개관한 충북 첫 여성영화도서관이다.

지난 6월 충북엔지오센터로부터 1년 간 무상으로 센터 내의 인큐베이팅실을 제공받게 되며 둥지를 틀게 된 것. 이곳은 지난 14일부터 공간을 개방하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10여년 전부터 내가 갖고 있는 많은 자료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방법이 없어 전전긍긍했다”며 “NGO 창립을 하고자 하는 개인과 단체에 심사를 거쳐 공간을 대여하는 충북엔지오센터의 사업에 선정되며 영화도서관이라는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영화도서관이라 이름 붙였지만 남성의 출입을 금하는 곳은 결코 아니다. 젠더적 관점이 배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주의를 말하고 영화를 논하자는 의미로 ‘여성’을 화두에 놓은 것. 장르를 여성영화에 한정짓는 것도 아니며, 남성 회원도 적극 환영한다.

박 대표는 “젠더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여성주의적 영화 읽기를 실천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은 여성주의 문화 운동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주로 여성감독의 영화나 여성주의 영화에 집중하겠지만 어느 정도 안정되면 범위를 넓혀 적극적으로 다른 이슈를 끌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소란’은 박 대표가 수집한 1000여개의 DVD와 수천여개의 영화 파일, 책 등 영화 관련 자료들을 갖추고 있다. 아직은 상주 인력과 상영 시설의 문제로 일반 도서관과 달리 DVD를 대여하거나 개인적으로 열람할 수는 없다.

자료 공유에 앞서 시작한 것은 영화를 함께 보는 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14일부터 ‘영화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는 이름으로 영화 관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트리쉬나’, ‘데저트 플라워’ 등 두 편의 영화가 이곳에서 상영됐다.

도서관에서 첫 번째로 가동되는 프로그램의 주제는 ‘세계의 여성들’. 다양한 영화들을 보기 쉽지 않은 지역민들에게 다소 낯선 소말리아, 터키, 사우디 아라비아 등 이국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낯선 나라에서 낯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매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며, 8편의 영화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 상영하고 있다.

영화 상영 후에는 박인영 대표와 함께 하는 씨네톡이 이어진다. 회원 가입 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관람료는 10회 3만원, 1회 4000원이다.

“문화제와 영화제를 통해 많은 여성분들이 영화를 매개로 변화되는 모습을 봤어요.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삶을 반성하고 미래를 기약하는 데 영화라는 매체가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함께 영화를 보고 왁자지껄 떠드는 과정이 굉장히 충만하게 느껴졌어요.

그만큼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친구인 것 같아요. 이곳이 많은 분들에게 그런 신나는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또 지역 영화 문화의 저변을 확산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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