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돌뱅이 유영삼 시인 ‘돌아보다’ 발간

 

(동양일보 임재업 기자)

장돌뱅이 유영삼(56) 시인이 두번째 시집 ‘돌아보다’(도서출판 지혜·100쪽)를 출간했다.

2008년 어머니를 모티브로 쓴 작품들을 모은 첫 시집 ‘흙’을 출간한 뒤 6년 만이다.

그녀는 이번 시집에서도 자신보다 주변을 돌아보며 세상을 살도록 해준 어머니에 관한 고마운 마음을 담은 시편들을 소개했다.

‘그 먼 길 자식을 앞세우던 날/늙은 어미의 가슴에 대못이 박혔다/그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도/ 도려낼 수도 없는 통증은/끈끈한 점액질로 뒤엉켜 옹이로 박혔다/<중략> 못 박힌 가슴, 저 땅에 또 못이 된다/산다는 건/서로의 가슴에 못을 박아놓고/뜨거웠던 생 한 오라기 걸어놓는 것이다. ’시<‘못’ 中>

남편과 두 아들을 먼저 보내 가슴에 대못이 박힌 늙은 어머니의 한(恨)을 어릴 적부터 공유해야 했던 유 시인은 이 때문에 세상을 늘 아픈 눈으로 바라봐야 했다.

그러면서 그녀에게는 차츰 세상을 따뜻하게 녹여내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났다. 아픔을 공유할수록 화해와 기쁨에 관한 갈망이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에도 그런 마음이 스며들었다.

오흥진 문학평론가는 시집 서문에서 “죽음이 한(恨)을 낳고 그 한이 말을 낳고 ‘죽음-한-말’의 체계로 변주되는 여인의 비극적 서정을 담은 유영삼의 시가 무엇보다 인간사의 가장 내밀한 부분에 천착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오일장 날 삼천리 자전거를 타고 와/시국을 탓하다가 장기를 두다가 술자리만 기웃대는/ 이제 막 쉰을 넘겼다는 오백수씨/여우골 그의 밭엔/망초 저절로 나고 절로절로 크고/그이 자전거 바퀴 시장 입구/ 삼백육십 오 개의 보도블록을 셀 때마다/공짜 술을 들이킬 때마다/ 여우골 그의 밭엔/망초꽃 흐드러지고 흐드러지고’시<‘망초’ 中>

유 시인은 충북 보은군과 인근 지역의 5일장을 돌아다니며 옷을 파는 장돌뱅이다. 옷만 파는 게 아니라 그녀의 넉넉한 인심과 희망도 함께 덤으로 선물하는 시인이다.

이번 시집에도 장날의 풍요로운 모습을 담은 시들이 이따금 눈에 뜨인다. ‘사과 과수원’ ‘망초’가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유 시인은 2005년 ‘창조문학’으로 등단했다. 2010년 ‘충북여성문학상’을 수상했고, ‘새와 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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