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한국교통대 교수)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10여일도 체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작년에 시행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문항 출제오류로 인한 사회적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전년도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오류에 대한 것이다. 요약하면 수험생들이 학습한 교과서 상의 서술내용이 최근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출제위원이 파악하지 못함에 따른 출제 오류였다.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에 있어 출제 오류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시험을 관리하는 당국이 해당 시점에서 1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야 출제 오류에 대한 대응을 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수능은 지금으로부터 정확이 20년이 된 대입시험제도인데 2004학년도, 2008학년도, 2010학년도에 오류가 있었고 그 때마다 해당 문제를 복수정답 처리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 바 있다. 이번 세계지리 출제 오류의 경우 검토과정에서부터 오류 지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출제과정에서부터 출제자에 의해 오류에 대한 의견이 묵살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또한 수능 실시 직후 해당 문제에 대한 오류가 명백한 사실에 의해 지적되었음에도 교육부, 교육과정평가원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었다.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해당 문항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지리 관련 학회 2곳에서 조차 오류가 없다고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금번 수능 출제 오류에 대한 소송에 대해 지난해 12월 선고된 1심 판결에서는 교육과정 평가원이 승소하였으나 금년 10월에 있었던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에서는 수험생 측이 승소하였다. 이 후 교육 당국은 상고를 고려하다가 지난달 31일에 이르러서야 해당 문항에 대한 출제오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피해 학생을 전원 구제하기로 하는 교육부장관 명의의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학입시에서 수능 한 문제가 차지하는 영향을 생각하면 그 후 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에서의 출제 오류 1문제에 따른 파장은 수험생 4,800여명의 등급오류, 1만8884명의 백분위 등급 오류에 달한다. 벌써 출제 오류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로 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들의 피해에 대한 위자료와 손해배상 청구 범위는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에 의해 수능 문제를 출제한다고 하더라도 출제 오류의 가능성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교육당국은 이러한 출제 오류를 막기 위해 시스템적인 대응을 해야겠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오류에 대한 신속하고 책임 있는 대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 지리 관련 2곳의 학회에서 오류가 없었다고 의견을 제출하였다고 한다. 학회란 곳이 해당 학문 분야에 가장 권위 있는 집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의견 제출은 사회에 대한 학술단체의 공신력 회손을 초래했다고 하겠다. 나아가서 해당 학회는 교육당국의 뒤늦은 대응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교육당국 역시 수능 출제 오류의 파장을 예상했더라면 해당 문항에 대한 의견을 보다 광범위하고 면밀하게 수렴하여 책임 있게 대처했어야만 했다.
또 다른 시각에서 이번 수능 문제 출제 오류 사태를 바라보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즉시에 제대로 검토하여 그 근본원인을 해결하기 보다는 책임 회피를 위해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덮어버리고자 하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무사안일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관이든 개인이든 때로는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수에 대한 대응 방식에 따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겠지만 발생한 실수에 대해서는 신속한 인정과 대응이 필요하다. 오류나 실수에 대한 늑장 대응이 불러온 피해확산을 우리는 숱하게 겪어왔다.

이번 수능 출제 오류는 어떻게든 정리될 것이지만 수능 및 수능 주관 기관에 대한 권위가 상실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근본적인 오류를 막는 것이 최상책이겠으나 오류에 대한 신속한 인정과 대응책 수립은 국가가 국민에게 해 줄 수 있는 차선책이기도 하다. 발생한 문제를 적당히 덮는게 능사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 문제가 언젠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파장을 낳기 때문이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피해학생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 전체가 국가 기관에 갖는 신뢰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정부는 철저한 후속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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