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기 지나 돌아온 수목극 인기… 마지막 승자는 누구

 

지상파 수목극 시장이 암흑기를 거쳐 다시 살아나고 있다.
장르도 코미디, 사극, 멜로로 확실히 구분됐고 무엇보다 이야기가 있다. 배우들은 고루 호연을 펼치고 있고 작품들은 저마다 나름의 메시지도 내세우고 있다.
시청률에서는 지난 5일 출발한 MBC TV ‘미스터 백’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SBS TV ‘피노키오’와 KBS 2TV ‘왕의 얼굴’이 시작한 순서대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각기 한 주 차이로 스타트를 끊은 이들 세 작품은 처음으로 함께 시험을 치른 지난 19일에는 ‘미스터 백’ 11.2%, ‘피노키오’ 9.4%, ‘왕의 얼굴’ 7.1%를 기록했다. 이어 20일에는 ‘미스터 백’ 11.1%, ‘피노키오’ 10.4%, ‘왕의 얼굴’ 6.1%로 집계됐다.
과연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 ‘미스터 백’ - 신하균의 현란한 원맨쇼 놓치기 아깝네
70세 괴팍한 재벌 회장이 하루아침에 34세의 청년으로 둔갑했으니 소동이 나도 대소동이다. ‘미스터 백’은 최고봉 영감이 난데없이 회춘하면서 벌어지는 야단법석을 그린 코미디다.
신하균이 ‘몸은 청춘이나 마음은 노인’인 주인공을 맡아 매회 현란한 원맨쇼를 펼치는데 놓치기 아까울 정도다. 
앞서 드라마 ‘브레인’과 ‘내 연애의 모든 것’을 통해 까칠하고 괴팍한 캐릭터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줬던 신하균은 거기에다가 코미디까지 적극적으로 종횡무진 중이다.
드라마는 갑자기 젊어진 노인의 ‘머리 따로 몸 따로’ 좌충우돌을 밑에 깔고, 평생 돈밖에 몰랐던 수전노 아버지 때문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아들의 사연과 돈 때문에 분열되는 재벌가의 민 낯을 까발리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묻는다. 스크루지 영감이 한밤중에 유령의 손을 잡고 여행한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면, 최고봉 영감은 시한부 회춘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게 된다.
● ‘피노키오’ - 보기만 해도 예쁜 이종석·박신혜의 ‘달달한’ 러브스토리
치열하게 세상과 부딪히는 방송사 사회부 기자들의 세계를 그리겠다고 했지만 4부까지 방송된 현재 ‘피노키오’의 정체성은 달콤한 멜로다. 
한창 미모를 뽐내는 이종석과 박신혜의 풋풋한 매력과 둘이 만들어내는 ‘달달한’ 로맨스가 시선을 잡는다.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가상의 피노키오 증후군에서 출발한 까닭에 기본적으로 판타지가 깔려 있는데다, 남녀 주인공이 기자라고 하기엔 너무 사랑스러운 모습이라 제작진의 의도가 어떻든 시작부터 둘의 러브스토리로 무게 중심이 기울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언론의 오보로 파괴된 한 가족의 비극에서 시작해 “말 한마디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게 방송이고, 마이크와 카메라를 완장인 양 차고 나대는 인간들이 있는 곳이 방송국”이라고 일갈하고, 스타 기자의 어둡고 추악한 이면을 까발리면서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 ‘왕의 얼굴’ - 속도감·박진감 휘몰아치는 파워풀한 사극
일단 2부까지는 속도감과 박진감이 휘몰아쳤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캐릭터 플레이가 이어졌다.  평생 아들을 견제하고 못마땅해했던 선조와 광해군의 관계에 관상을 매개로 살을 붙인 드라마는 이성재와 서인국의 호연으로 호쾌한 출발을 했다.
“한 하늘에 두 마리의 용은 용납할 수 없다”는 선조가 아들인 광해군의 길상을 흉상으로 만들기 위해 그 얼굴에 침을 놓게 하고, 왕이 될 상에 대해 기록한 ‘용안비서’라는 책이 존재했다는 설정을 통해 동서고금 약발이 있었던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두 용을 섬길 상을 간직한 여인 가희(조윤희 분)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인을 두고 경쟁하는 멜로를 전개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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