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으로 촉발된 비선실세 권력암투설이 증폭되면서 최근 정부 내에서 이뤄진 이른바 `박지만 인맥'에 대한 좌천성 인사가 재삼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로 알려진 몇몇 인사들이 올들어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물러난 일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윤회-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간의 권력암투설과 오버랩되며 다시금 부각된 것.

그간 석연찮았던 정부내 일부 인사조치의 배경을 놓고선 권부내부 파워게임의 결과라는 막연한 추측과 확인되지 않은 억측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정윤회 문건' 파문을 계기로 이른바 `박지만 인맥 솎아내기'가 권력 암투의 직접적인 결과물 아니냐는 의혹을 야권과 일부 언론이 제기하고 나섰다.

이는 그동안 박근혜 정부 비판의 단골소재였던 인사난맥상과 맞물리면서 동력을 키워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1월 29일 박 회장 및 조응천 전 공직기강 비서관과 친분이 있었던 국가정보원 국장이 좌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경민 의원은 "지난 8월 국정원 1급 A국장의 인사가 청와대 개입으로 일주일 만에 뒤바뀌고 2선으로 밀려났다"며 "인사의 이유는 1급 간부가 정씨쪽 사람들과 각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 내에선 A국장이 조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만나면서 청와대 비서관들과 관련된 첩보를 제공했다는 얘기가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원의 의혹 제기는 박지만 인맥으로 분류되는 조 전 비서관이 지난 4월 공직기강비서관실을 떠난 것과도 연결된다. 조 전 비서관은 올해 1월 작성된 '정윤회 문건'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지난 4월 사퇴했다.

지난 5월 사표를 낸 백기승 전 국정홍보비서관도 박 회장과 친분이 깊다. 백 전 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날 당시 여권 내에선 "마지막으로 남은 박지만 인맥이 다 정리됐다"는 얘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반면 백 전 비서관이 청와대를 나간 것은 홍보수석실내 갈등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아 '암투설 프레임'로 몰아가기 힘든 측면도 있다.

지난 10월 박 회장과 육사 동기인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전격 경질됐을 때에도 군내에서는 청와대 개입설이 나오는 등 인사배경을 놓고 뒷말이 많았다.

이와 함께 '박지만 인맥 좌천성 인사' 뿐만 아니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윤회씨간 힘겨루기가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 전격사퇴한 배경에 김 실장과 정씨간 권력암투가 있었다"며 "김 전 위원장이 국가대사인 올림픽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퇴해 많은 이들에게 의구심을 자아냈는데 김 전 위원장의 사퇴가 김 실장과 정윤회씨 사이의 암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정황과 여러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겨레'는 3일자 신문에서 "정씨 부부는 승마 선수인 딸의 전국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 등을 둘러싸고 특혜 시비 등이 일자 청와대와 문체부 등을 통해 승마협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다수의 승마협회 관계자들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정씨의 일에 직접 개입한 파행인사의 대표적 사례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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