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 예산 지원 등 제동

-전통시장 자구노력이 생존전략
법원 대형마트 의무휴업 위법 판결
일방적 퍼주기식 예산 지원도 제동
서비스·영업 행태 개선 등 필요

전통시장 보호·육성을 위한 자치단체의 과도한 규제나 일방적인 퍼주기식 예산 지원에 제동이 걸리면서 전통시장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자구노력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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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자치단체들이 전통시장 보호·육성을 위해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시행해 온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등의 조치가 위법이란 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영업제한 조치가 무력화됐다.
서울고등법원 행정8부는 최근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6개사가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처분 대상 점포들이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대형마트측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 결과는 충분한 사전 검토와 이익 형량 등을 누락한 채 법령상 최고한도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점과, 영업제한 처분은 세계무역기구 서비스협정에도 위배된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방적인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조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 침해는 물론 공정한 시장 경쟁에도 어긋난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 판결은 종전 지자체들의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따른 소송에서 대형마트 등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과도한 행정 행위라는 행정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것과 달리, 영업시간 제한 조치 자체의 위법성을 판단한 것이어서 지자체 관련 정책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법원의 판결은 현재 재판에 계류중인 다른 지자체의 의무휴업·영업제한 관련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도 롯데쇼핑(주) 등 7개 대형마트 등이 제기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진행중이다.
2012년 의무휴업을 둘러싼 소송에서 대형마트 등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한 뒤, 관련 조례를 개정해 다시 의무휴업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소송에서 규제 당사자의 의견을 상당 기간 수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3번째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유통업체들은 소송으로 맞섰다.
서울고법의 판례를 적용한다면, 행정처분의 절차상 문제가 아니라 행정처분에 근본적 위법성이 인정되는 만큼 관련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법적 판단과 함께 일선 지자체의 일방적인 퍼주기식 전통시장 예산 지원에 대해 지방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전통시장 측에는 악재다.
청주시의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청주시가 지역상권 활성화를 명분으로 편성한 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 건립비와 현대화 지원 사업비 등 시설투자 관련 예산을 대부분 삭감했다.
시의회는 “그동안 전통시장 활성화를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시장 상인들은 자구노력없이 지자체의 예산 지원에만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시장 상인들의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일방적인 퍼주기는 전통시장 활성화에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자체들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예산 투자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전통시장 상인들은 소비자들을 고려한 영업시간 탄력 운영이나 서비스질 제고 등 영업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대목이다.
지자체들이 예산 지원과 행정 조치 등을 통해 전통시장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보다는 대형마트 등을 찾는 이유는 고객 눈높이에 맞춘 쇼핑 환경과 서비스 등이 우위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춘 시장 특성화, 서비스질 개선 등 시장 상인들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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