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안이한 연두기자회견과 부실한 납세정책(역주행의 연말정산) 발표 등으로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사상 최하인 30%로 추락한 가운데 정부와 청와대의 인사개편이 이루어졌다. ‘의전형?관리형에서 실세형 총리’가 지명되었고 신설된 주요 특보(무보수 명예직) 가 임명되었으며 일부 비서관들의 직무조정 및 이동 등의 인적쇄신이 이루어졌다. 박근혜 정부의 국면전환과 민심수습을 위한 발 빠른 결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청와대 비서관들의 인사개입 의혹 및 문건유출 등을 방지하지 못한 대통령 비서실장과 그 중심에 있었던 소위 ‘문고리 3인방’ 등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병행되지 않아 찝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국민들은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세간에서는 제18대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 및 리더십에 대하여 말이 많았다. 무엇보다 인사와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약속한 국민대통합의 목표 하에 탕평인사는 차치하고라도 적재적소의 인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국정의 주요 현안에 대하여 국정의 핵심축인 국회와 정당 및 정부 부처책임자들과 직대(直對)하여 밀도 높은 진단과 처방을 하지 않거나 주요 국정안이 결재가 아닌 문서검토위주로 처리됨으로써 소통의 부재는 물론 사안의 본질이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국정의 최고 지휘탑인 청와대가 일개 야인의 입김에 흔들려 왔다는 의혹에 휩싸이게 하였고 국정의 기밀문서가 유출되는 등의 국기문란행위가 발생하였는데도 조직관리 책임이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이용, 권력을 사유화하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담당 비서관들에 대하여 직무상의 과오 유무를 떠나 도덕적인 책임을 왜 묻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청와대의 공직기강이 이토록 붕괴된 것에 대하여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 어찌하여 이들에 대하여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인지 의아해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촉한의 제갈량이 군령을 어긴 마속을 눈물을 흘리면서 참하였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가 있는데도 말이다.

또한 대통령의 문서결재 만능주의 행태도 문제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직무가 막중하기에 대면 결재를 문서로 대체하려는 것에 대하여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문서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속성상 그 문서가 작성되게 된 동기와 배경 및 행간의 함의(含意) 등이 생략 내지 누락되게 마련이다. 그럼으로써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국정의 진로에 대한 민의 및 민심 등이 가감 없이 상달되지 못하기 쉽다. 더구나 결재자인 국정최고책임자의 의?심중(意?心中)에 맞는 내용만을 골라 품의할 수 있는 허점이 내포될 수 있다.

 


‘인간은 얼굴을 마주 보아야, 그리고 자주 만나야 정이 가고 신뢰가 쌓인다.’는 말이 있다. 문서로서의 소통이 일방형이라면 대면으로서의 소통은 쌍방형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면의 가치는 그만큼 큰 것이다. 대면소통은 상면(相面:face to face)이 가지고 있는 ‘진심의 확인’ 및 ‘본질의 정확한 파악’ 등을 통하여 오랜 시간동안 풀지 못하던 난제도 바로 풀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얼굴을 마주하여 상대방의 의견과 주장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수용 및 반영하는 것은 상호간에 이해와 협조의 성(城)을 구축하게 함은 물론 국정의 측면에서 공익구현의 지름길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면은 소통의 필요요건이라 할 수 있다. 대면소통은 리더십(leadership:지도력)의 핵심요소인 것이다. 대통령은 ‘적게 말하고 많이 들으라.’는 뜻의 고사성어인 세구거이(細口巨耳)의 솔선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모처럼 실시된 2015년 1월 12일, 연두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은 소통의 가치를 크게 인정하지 않는 듯 하여 안타까웠다.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더 이상 부적격 인사로 인한 국정의 혼란과 불통으로 인한 국정의 낭비 및 공백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주어진 권한의 범위 내에서 엄정본위의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능력과 자질을 구비한 인재를 발탁 및 등용하여 국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봄날 같은 소통을 통하여 대통합의 신천지를 창조하여야 한다. 맡은 바 직무를 하늘의 뜻(소명:召命)으로 받아들이고 대망의 국민행복시대 개막을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민본철학 하에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여 국력증강과 민익극대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민심이 천심임을 항시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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