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작가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자신들의 글을 모아 책으로 발간한 것. 특히 책을 엮은 이가 바로 아빠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딸바보’, ‘아들바보’들인 아빠의 사랑이 듬뿍 담긴 책이 읽는 이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훈민이와 정음이의 생각주머니

‘훈민이와 정음이의 생각주머니’는 ‘훈민’과 ‘정음’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어린이와 서지학자이며 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인 아빠 이세열씨가 함께 쓴 책이다. 아이들이 직접 지은 동시와 그림, 동화, 독후감, 일기 등으로 책을 가득 채웠다.

12살 누나인 정음(청주 율량초 4)양과 6살 동생인 훈민군이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그려낸 밝고 예쁜 세상이 독자들을 자연스레 미소 짓게 한다. 나이별로 분류해 작품을 실어 점차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게 한다. 정음양의 그림은 책 표지로도 사용됐다. 비슷한 연령대의 자녀들을 가진 부모라면 책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살짝 엿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이세열씨는 “아이들의 성장 모습을 그려보고 싶어 옹알이를 하면서 처음 하는 말 중에 시적인 것이 많아 메모를 시작한 것이 수년 뒤에 모아 보니 책 한 묶음의 분량이 됐다”며 “비록 아빠가 거들기도 했지만 주로 아이들의 짧디 짧은 삶의 글과 일기로 채웠다”고 밝혔다.

이 책은 아이들과 관련된 기억이라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흘리지 않고 기록해 오고 소중하게 보관해 온 이씨의 노력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이 글자를 익히고 스스로 시를 쓰기 전까지 아이들이 한 말을 그때 그 때 메모하거나 유치원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올렸다. 당시의 기록들은 책으로 재탄생했다. 유치원 수첩과 일기 등도 책의 좋은 자료가 됐다. 아이들과 관련된 기록들을 고스란히 남기고자 하는 아빠의 바람은 책 발간으로까지 이어졌다.

정음이의 출생 당시 전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이세열씨의 글과 정음이가 7개월 됐을 때 잠자는 모습을 보고 지은 시 ‘아기 잠 재우기’ 등에서 가족에 대한 이씨의 진한 사랑을 맛볼 수 있다.

이씨는 “일기 쓰기는 아이들에게 힘든 숙제 중 하나인데 매일 내용이 다른 것을 모아 한 권의 책을 엮는 보람이 있다”며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일기는 잘 모아두지 않고 버리는데 그림일기 등을 나중에 보면 감수성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일기를 모은 책도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도서출판 직지. 262쪽. 1만원.

 

●창의+융합소녀의 꿈글

다소 독특한 제목이 관심을 끈다. ‘창의+융합소녀의 꿈글’. 청주 중앙여고에 재학 중인 권소현양이 자신이 직접 쓴 시와 시조, 편지, 소감문, 독후감 등 다양한 글로 채운 책이다.

책 제목은 권양의 글에 인문, 사회, 과학, 예술, 창의 등 분야가 망라돼 있다는 생각에 아빠 권태봉(청주 일신여고 교사)씨가 붙인 것. 딸이 창의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아빠의 소망도 담겼다.

권태봉씨는 “소현이가 쓴 글을 모으니 한 권의 책이 됐다. 아빠보다 앞서 책을 내는 소현이가 대견하기만 하다”며 “이를 시작으로 10권 이상의 책을 출간해 소현이의 책이 전 세계 도서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꿈”이라고 말했다.

네 살부터 스스로 글을 읽기 시작하고 독서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할 정도로 책읽기와 글쓰기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권양. 책에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쓰기 시작한 동시부터 각종 대회 수상작까지 많은 작품들이 담겼다. 시와 수필 뿐 아니라 각종 제안서와 편지, 독후감, 발표대회 원고 등 다채로운 종류의 글이 실렸다.

다양한 방면에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권양은 기업에 폐현수막으로 신입생용 교과서, 신발주머니 등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하고, 18대 대통령인수위원회에 글을 보내기도 했다. 정지용박물관을 방문하고 옥천군수에게 편지를 보내 조형물 설치, 기념품 판매 등을 건의하는 권양의 모습에서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을 알 수 있다.

권소현양은 “책 제목처럼 언젠가는 꿈을 이뤄 누구에겐가 꿈을 심어주고 희망과 행복을 주는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권씨는 “인문, 사회, 과학, 예술, 창의 분야가 망라해 있는 원고를 읽으며 소현이의 성장 과정과 하늘빛 꿈을 알 수 있었다”며 “소현이가 착하고 성실하게 성장해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행복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뒷목문화사. 146쪽.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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