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경찰서 개정 정신보건법 첫 적용
청주시 연계…치료비 지원 등 사후절차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술이 깬 A(여·49)씨는 싹싹 빌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A씨는 지난 21일 오전 청주시 내덕동 한 식당과 길거리 등지에서 술에 취해 욕하고 소란을 피운 혐의(업무방해 등)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오전 시간 3차례 연이어 피해신고가 계속되자 A씨를 일단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전과는 55건. 이미 동네에선 ‘여자 주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동 주민센터 사무실에서 집기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로 구속돼 복역하다 지난해 12월 출소한 그는 이번에 다시 입건될 경우 전과 56범이 된다.

전과기록, 경찰조사내용, 주변 사람들의 말 등을 종합해보면, A씨는 55차례 형사처벌동안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지 못했다. A씨 자신은 기초생활수급자였고, 가족 등도 치료비를 댈 수 있을 경제적 상황이 되지 못한 것.

A씨의 사정을 들은 경찰은 이번엔 입건대신 ‘치료’를 택했다.

청주시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정신과 의사와 사회복지사에 연락해 A씨의 현재상태를 점검케 했고, 병원으로 이송한 뒤 청주의료원에서 6개월 강제입원치료를 받도록 했다. 개정된 정신보건법 26조를 적용한 첫 사례다.

박용덕 내덕지구대장은 “붙잡아 구속시키는 건 계속 전과만 늘리겠다는 생각에 입원치료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아직 입원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치료비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

기초생활수급자로 의료비 면제를 받아 오던 A씨가 징역형을 받으며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이 해제됐고, 어렵게 수소문한 여동생은 치료비 문제를 들어 치료동의서 작성을 꺼리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일단 A씨를 귀가시킨 경찰은 청주시, 청주정신보건센터 등과 연계해 시의 치료비지원을 받아 입원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최종상 청주청원경찰서장은 “무조건적인 입건보다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해서는 치료와 예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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