껑충 뛰었다. 제천장 신발 없어서 못 보고

바람이 불었다. 청풍장 신선해서 못 보고

청주장을 보잤드니 술이 취해서 못 보고

보은 청산 대추장은 처녀 장꾼이 제일이요

엄벙 중천에 충주장은 황색 연초 제일이요. (‘충청도 장타령’)

 

삶과 죽음의 무수한 반복 속에서도 소멸되지 않고 살아남아, 고단하고 팍팍했던 순간들마다 힘이 되어주었던 청주인의 소리와 가락. 이제는 사라진 옛 것이 되어가고 있는 민족의 노래들에 주목한다.

청주문화원(원장 류귀현)이 최근 청주문화총서 6권 ‘청주의 소리와 가락’을 펴냈다.

책은 청주의 소리와 가락들을 농악, 동요, 민요, 청원구·흥덕구·서원구의 노래, 시조 등으로 세분화했다. 청주 아리랑과 중국 정암촌에서 불리는 청주의 노래, 국악인 박팔괘에 대해서도 별도의 장을 두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며 우리의 삶에서 멀어져 간 청주 농악에 대한 이야기가 1장에 실렸다. 청주 농악은 100여 년 전 상쇠 이원삼과 버꾸수 전병수가 지동 마을에 살면서 전승되기 시작했다. 사라져가고 있는 전래동요에 대한 기록도 만날 수 있다. 하교 후면 으레 동네 공터에 모여 줄넘기놀이, 고무줄놀이 등을 하며 아이들이 부르던 노래들이다. ‘아침바람 찬바람에 울고가는 저기러기’로 시작하는 ‘가위 바위 보’는 이 중 특히 친숙한 노래. 이외에도 ‘담배꽁치요’, ‘도둑괭이’ 등 청주에서 채록된 동요들의 악보를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 이주정책으로 청주에서 중국으로 이주해 간 한국인들이 불렀던 청주아리랑에 대한 기록도 실렸다. 시집살이의 고달픔을 낙천적으로 묘사하면서 순종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내용의 청주아리랑은 타향에서의 고달픈 삶에 한줄기 희망 같은 노래였다. 청주아리랑과 정암촌에서 모내기 할 때 부르던 ‘논매는 소리(얼럴럴 상사데야)’, 결혼을 앞둔 처녀총각들이 부르던 ‘그네노래’ 등의 악보 등도 볼 수 있다.

청주문화원은 지난 2009년부터 청주 문화를 세분화해 분야별로 조명하는 ‘청주문화총서’를 발간하고 있다. 그동안 ‘청주의 역사와 사람들(2009)’, ‘청주사람의 삶과 터전(2010)’, ‘청주서 울린 전사의 북소리(2011)’, ‘청주의 뿌리를 찾아서(2012)’, ‘청주를 낳은 와우산과 무심천(2013)’을 발간했으며 오는 2019년까지 11권의 총서를 펴낼 예정이다.

류귀현 원장은 “신명과 해학, 애수가 손에 잡힐 듯 저절로 품 안에 안겨드는 듯한 우리의 소리와 가락은 겨레 삶의 맛있는 양념이었고 고단을 풀어주는 청량제요 이웃과 더불어 화목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묶어주는 화합의 끈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청주문화총서는 청주문화원에서 무료로 배부된다.

일광, 356쪽. 비매품.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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