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같은 자리 누울 것…국립묘지 선택 안해"

▲ 22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영옥 씨의 빈소에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눈물을 흘리자 딸 예리 씨가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 이완구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총리의 부인 故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조문한 후 김종필 전 총리를 위로하고 있다.

(동양일보) 잉꼬 부부로 소문났던 김종필(JP) 전 총리가 부인 박영옥 여사에게 지상에서 마지막 키스를 하며 떠나보낸 것으로 알려져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김 전 총리는 21일 고인의 마지막 길을 의료진을 모두 물리고 혼자 배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고인이 병원에 입원한 직후 본인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신세이면서도 매일 병상을 지켜온 김 전 총리는 의료진이 임종이 가까워왔음을 알리자, 모두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청한 뒤 마지막까지 부인의 손을 잡고 임종을 지켰다고 조용직 운정회 사무총장이 전했다.

김 전 총리는 부인에게 마지막으로 입맞춤했고 이어 곧바로 고인이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64년전 아내에게 선물한 결혼반지를 목걸이에 매달아 떠나는 아내의 목에 걸어줬다고 한다.

김 전 총리는 임종을 지킨 후 과거 결혼식 당시 고인의 작은아버지이자 자신의 상사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결혼 선물로 황소 한마리를 보낸 일화 등을 회상하며 "허무하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조 사무총장은 덧붙였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조문객들을 만나서도 "난 마누라하고 같은 자리에 누워야겠다 싶어서 국립묘지 선택은 안했다. 집사람하고 같이 눕고 싶은데 아직 부부가 같이 현충원에 가는건 대통령이나 그렇다고 한다. 국립묘지에 가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장지에) 거기 나하고 같이 나란히 눕게 될거다. 먼저 저 사람이 가고 (나는) 그 다음에 언제 갈지…. 곧 갈거에요 난. 외로워서 일찍 가는게 좋을 것 같아요"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또 임종 때 아내에게 "나도 머지 않은 장래에 가야 하니까 외로워 말라고 편히 쉬라고 했다"고 소개하며 눈물을 훔쳤다.

고인은 김 전 총리가 걸어온 풍운의 정치 인생을 한평생 온몸으로 지켜온 정치권의 여걸 중 한명으로 꼽힌다. 전두환 신군부 시절엔 김 전 총리가 부정축재 혐의로 연행되자 직접 구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사촌 자매 지간이지만 교류가 그다지 빈번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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