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근

골목 찾아 나서니

발걸음 보이지 않아

먹먹한 빌딩 사이

간간히 목덜미도 드러나고

공중의 벼랑을 흔들어

돌아누운 가로등이

문패를 깨울 때

직박구리는 석류에 매달려

바람을 빗고 있고

해질 무렵 고양이는

번갈아 낮은 울음을 흘리며

입구를 머리맡에 두고 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