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장무
게에게도 입술이 있다면
꽃게에게도 붉은 입술이 있다면
양쪽 입가에 살래살래 흔드는
분홍빛 저것이 혓바닥이라면
저 희망의 무게만큼 가벼운 물거품
참으로 별 볼일 없는 날들을 살래살래
흔드는 게의 견고한 믿음을 위해
푸른 물속 게의 견고한 고요를 위해
넌지시 말을 주고 노래를 주고 싶은
그 붉은 혀와 기쁜 입술을 주고 싶은
살래살래, 뽀글뽀글 참 맑은 포말로 목청껏
바다 속 게의 붉은 입술의 발성연습
해저의 지층을 간질이는 게의 음표들
꽃게의 입술로 툭툭 쳐보는
물속 같은 세상의 가벼운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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