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권 비리 파헤치기 논란 속 방산비리·자원외교 지목

 (동양일보) 이완구 국무총리가 12일 첫 대국민담화에서 부정부패와 전쟁을 선포하면서 검찰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총리는 특히 방위사업비리, 해외자원개발 배임 논란,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등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하면서 검찰과 경찰 등에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가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공무원 조직의 기강을 다잡고, 민간 영역에서 논란이 되는 '갑의 횡포'와 부정부패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이 총리가 예를 든 사례는 옛 대검 중앙수사부 기능이 이관된 서울중앙지검과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들이다.

이 총리가 부정부패의 실례로 검찰과 합수단에서 현재 진행형인 사안을 언급함에 따라 수사의 강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대형 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최근 형사부와 조사1부에 흩어져 있던 자원외교 관련 각종 고발 사건을 모두 재배당받아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부서에 나눠져 있던 사건을 모아 정리하는 수준이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치인, 공무원, 기업의 부정부패를 수사하는 특수부가 자원외교 관련 사건을 모두 맡았다는 점에서 배임을 넘어 로비, 횡령 등 부패 수사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수1부에 재배당된 사건은 감사원이 캐나다 하비스트사 인수와 관련해 1조3천300여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올 초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고발한 사건과 정의당이 자메이카 전력공사에 지분투자를 결정한 이길구 전 한국동서발전을 8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석유공사의 전·현직 사장 6명과 이명박 전 대통령, 최경환 경제부총리(당시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고발된 사건도 역시 특수1부가 맡았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출범후 100일동안 예비역 장성 5명을 포함해 23명을 기소했고 거물 무기중개상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을 체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등 해외에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도 검찰의 내사가 진행 중이다.

포스코건설은 발주처에 리베이트로 쓰기 위한 비자금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일부 비자금이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해 자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자원외교 관련 고발 사건은 대부분 이명박 정부에서 결정된 사안들이라 일각에서는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표적 수사라는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포스코건설이 비자금을 조성한 시기도 2009∼2012년으로 이명박 정부 때다.

이명박 정부에서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정옥근 전 해참총장은 STX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된 사안들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어 한 부서로 모은 것"이라며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6일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대기업들의 부정부패와 불공정거래를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사실상 대기업 수사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여만에 대기업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고 볼 수 있는 발언이다.

이와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올초 신설된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기업 비리 수사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사건을 법리적으로 처리하는 형사부의 기능을 넘어 특별수사 방식으로 불공정거래 관련 비리를 캐기 위해 새로 만든 조직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에 대한) 고발요청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불공정거래 수사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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