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옥산의 강모래를 파헤치며

동생과 엉겅퀴 뿌리를 캤다

 

가시뿐인 줄기를 헤치니

자주 댕기꽃머리는 보이지 않고

까만 홀씨들의 떠날 준비뿐이다

 

삽질을 할 때마다 엉겅퀴는

몸을 깨뜨려 산방 스님보다 더 천천히

사랑을 깨뜨려 우리 곁을 벗어난다

 

통풍에 지친 동생의 머리칼이

엉겅퀴 꽃처럼 하얗게 핀다

 

나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몸을 하얗게 깨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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