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편법 운영 지방의회 적발 시정 요구

제도 개선보다 자체 전문성·역량 강화 필요

(동양일보 김동진기자) 감사원이 일부 지방의회가 편법으로 운영중인 유급보좌관제에 대해 시정을 권고, 그동안 일선 지방의회들이 요구해온 유급보좌관제 도입의 부당성이 재확인됐다.
특히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지방의회 유급보좌관제에 대한 대법원의 위법 판례의 정당성을 재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지방의회의 유급보좌관제 도입 요구는 법률적 하자는 물론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해 5~7월 옛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540개의 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 경기도의회가 법률상 근거가 없는 유급 보좌관제를 운영중인 사실을 적발하고 관련 예산 삭감과 관련 기관 폐지를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감사결과 경기도의회는 2012년 대법원 판결에 의해 유급 보좌관제 추진이 무산되자 2013년도 예산안 심의 시 '의회 역량 제고' 명목으로 17억7000만원을 편법으로 증액했다.
증액된 예산은 경기개발연구원에 지방의회 유급보좌관 역할을 수행하는 의정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지방의원을 지원할 석·박사급 인력 27명을 채용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연구센터의 수행 업무를 보면 2013년 3월부터 1년여 동안 의워 개인의 의정활동 지원이 전체 업무의 98.2%를 차지, 사실상 의원 보좌기능을 위해 운영된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대법원이 지방의원 1명당 유급 보좌관 1명을 두도록 한 경기도의 조례안에 대해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무효라고 결정하자, 경기도는 이를 무시하고 편법으로 유급 보좌관제를 운영한 셈이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1996년 서울시의회가 조례 개정을 통해 시의원 1명당 5급 상당 유급보좌관 1명씩을 배정하도록 한 의결에 대해 “유급보좌관제도는 지방의회 조례가 아닌 국회 법률로 규정돼야 한다”며 조례 개정을 무효로 판단, 지방의회 유급보좌관제의 법률적 잣대를 마련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일선 지방의회들은 의정활동을 위한 전문성 강화와 보좌기능 수행을 명분으로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거나 추진해 왔다.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10대 지방의회도 비판적인 여론을 외면한 채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등 유급보좌관제 도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지방자치제도 개선 계획 마련 과정에서 지방의회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부정적인 여론에 직면, 정책자문위원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충북도의회도 툭하면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추진해왔으나 그 때마다 지역사회의 거센 비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같은 지방의회 유급보좌관제의 위법성 재확인과 관련, 지방의회 안팎에선 지방의회가 의정활동 활성화와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요구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방의회의 역량 부족과 전문성 결여를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지방의회 유급제 도입 취지가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지방의회에 진출, 지방의회의 질적 향상과 본질적 기능 충족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대부분 지방의회들이 유급제 도입 취지와 목적을 충족하지 못하는 만큼 유급제도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의원들이 스스로 전문성을 키우고 자질과 역량을 강화하지 않는 한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과 냉소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