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소진 우려… 4∼6월 배정분 앞당겨 풀듯

(동양일보)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20조원을 들여 준비한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신청이 24일 출시 5시간만에 2조원을 넘었다.

출시하자마자 ‘조기 소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16개 은행에서 오후 2시 현재까지 1만7020건의 안심전환 대출 승인이 이뤄졌고 승인액은 2조1502억원에 달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대 이상으로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각 은행의 문의전화, 대출상황, 고객들의 관심 등을 고려할 때 2~3일내에 이달치 배정분 5조원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4월치로 놔뒀던 5조원을 추가로 시장에 풀어 대출전환 수요를 소화할 방침이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23일 간부회의에서 “전환을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5조원 한도에 얽매이지 말고 대출이 나갈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해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의 인기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눈치다.

우선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이런 속도라면 금융당국이 정한 연간 한도가 이르면 내달중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이에 따라 4월 배정액뿐만 아니라 조만간 5월, 6월 배정액도 조기 투입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안심전환대출에 따른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물량을 시장이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 금융위가 안심전환대출의 월간 한도 5조원을 설정한 것은 시장 상황상 한달에 매각가능한 MBS 물량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20조원을 한두 달 새에 투입해야 한다면 MBS매각 지연에 따른 금리부담을 고스란히 주택금융공사가 떠안아야 한다.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대기수요로 인해 시중은행의 대출상품이 상대적으로 덜 팔리고 기존 대출자의 금리인하 요구가 거세질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위의 또다른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출시를 계기로 금융권의 기존 고정금리상품 판매가 위축되고 금리를 낮춰달라는 고객의 목소리가 커지는 등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추후 시장 상황과 금융권 입장 등을 고려해 증액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20조원 한도가 채워지면 시장 효과, 개선점 등에 대해 평가를 하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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