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주 희(논설위원 / 침례신학대 교수)

김 주 희(논설위원 / 침례신학대 교수)

똑똑. 신호를 보내는 이야기, 듣고 흔들림으로 환대하는 호응. 그저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그런 사람의 마음에 조용히 노크를 하고 싶었다는 작가가 쓰고 그린 만화책, 김경일의  [달콤한 제국 불쾌한 진실]의 마음 흔드는 이야기를 만난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고 다른 생명체 고통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암적인 존재일 수 있다고 다이아몬드, 커피, 와인, 모피를 들어 이야기한다. 언제인가 얼핏 듣고 지나쳤을 이야기들에서 무관심해서 외면하고 무지해서 연관 짓지 못했던 사실들을 구체적으로 그려 읽는 심사를 흔든다. 작가가 노크를 하고 싶었다니 흔들리는 것은 호응의 예의일 수 있으나 단순하게 지갑을 여는 행위가 누군가가 다른 누구를 착취하고 살육하는 일을 지속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는 사실 앞에는 여러 생각이 동반되기도 한다. .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한 이제 겨우 싹을 틔운 우리 제국의 미래는 탄탄하게 보장될 것이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비어스를 세운 세실 로즈라는 이의 말이라던가. 그 회사는 미국에 진출하면서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라는 유명한 문구를 내걸었다. 그 회사 전략대로 사랑과 다이아몬드는 중대한 관련이 있는 것처럼 소비되기에 이른다. 어째서 다이아몬드가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에 등장하고, 헌신에 대한 맹세의 상관물처럼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한 쪽은 반짝 빛나는 비싼 보석을 자기 진심인 양 들이밀고, 다른 쪽은 크기 가격 따라 자기 가치 인정받는 것으로 인식하는 그런 일들이 어쨌거나 우리 사는 세상에 일어도 나는 현상이고 보면. 다이아몬드 제국 드비어스가 남녀 사랑에 다이아몬드를 묶는 전략은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 셈인지.
 만화는 이 다이아몬드 때문에 지구 어느 한 쪽에서 우리가 잘 모르는 어떤 비극이 벌어졌는가를 이야기한다. 1991년에 일어난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지역의 분쟁과 전쟁 내전사에는 다이아몬드 광산이라는 비극의 배경이 있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걸 좋아하는데 많지 않으니 비싸고, 비싸니 폭력으로 그 광산을 차지해서 전쟁 자금줄로 삼으려는 집단들이 무장을 하고 달려들었다. 다이아몬드 수입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에 그 지역에 살다가 강제동원 됐던 소년들은 산 사람 손목을 자르고, 목을 베고, 부모를 자기 손으로 죽이는 괴물같은 소년병이 된다.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횡액, 전쟁 유발물질 말고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 것이므로 만화는 다이아몬드를 악마의 씨. 악의 혼이 깃든 조각들이라고 작중 인물 입을 빌어 이야기한다.  
 다이아몬드 뿐 아니라 커피, 와인, 모피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것들이 문화나 취향, 사랑 같은 것들과 결합해서 삶의 여유를 상징하지만, 추악한 탐욕들이 그것들이 생산과정에 어떻게 착취하고, 살육하고, 헐값으로 가져다 그럴듯하게 포장해 우리 지갑을 열게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 잔혹이 우리 소비행위와 결국은 연계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전쟁수행 자금줄인 다이아몬드, 가난한 나라 노동력 착취로 얻어지는 커피, 잔혹하게 벗겨내는 모피를 우리가 소비하고 있으므로. 우리 달콤한 소비는 모르는 이의 고통 생산물이라는 그런.

 


 물론 이야기는 누리는 이들에 대한 각성이 아니라 연약한 것들을 향한다. 탐욕에 희생되는 사람, 동물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는 행복이나 안전, 자유를 그들에게서 빼앗는 일에 우리가 은연중 연루되어 있으리라는 의혹을 스스로 제기할 때를 기대하고 있다고 할 지. 그냥 그런 안쓰러운 이야기를 하는 것, 그 이야기를 회자되게 하는 것, 그 이야기 자체의 힘이 읽는 이의 마음을 두드려서 열리기를 바라는 기대와 권유, 거기까지.
“가짜가 판을 칠수록 진짜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는 법, 고급 승용차나 명품 맥 같은 것들과 똑같아, 모피는. 그런 게 인간 세상에서 없어질 것 같아?” 그러니까, 그렇다면. 여기저기 거쳐서 우리한테까지 온 그것들은 어째야 하는지, 버리기는 아깝고 몸에 매달고 다니자니 난망한 그 물건들은 대체. 시시때때 마셔대는 그것들 또한.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