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세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을 자임한 가칭 국민모임이 29일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창당 준비에 들어갔다.
창준위는 이날 "국민과 함께하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할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은 말로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면서 가진 자들과 적당히 타협하며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내던진 제1야당에 대해서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동 존중의 실질적 민주주의 △경제사회 공공성 강화 △민주주의 위기 극복 △문화 다양성 증진 △교육혁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 △생명·안전·지속가능 생태환경사회 추구 등 진보적 가치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같은 새로운 진보 정당의 출현이 과연 한국정치의 변혁과 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
기존 정당에서 입지가 약화된 정치인들이 주도하거나, 이미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진보정당이 이름만 바꾸거나 하는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치 창조와 국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며 창당하고도 제대로 뿌리조차 내리지 못한 채 사라져간 정당들이 무수히 많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창조한국당에서부터 국민생각,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사회당, 노동당 등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 개혁을 주도하겠다던 정당들은 이미 존재조차 없다.
특히 진보정당을 자임한 정당들 가운데 한국 정치사에서 오랜 생명력을 유지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해 별다른 기대도, 별다른 관심도 표출하지 않는다.
국민모임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적으로 정치적 기반이 약화된 정동영 전 의원을 비롯해 국민모임에 참여한 인사들을 보면 정치적 신선함이 떨어진다.
창준위의 출범 기치에서도 다분히 대중적 영합에 편승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장그래 정당’을 건설하겠다는 말이나,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거나,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탄생한 정당’이라는 표현들이 그렇다.
이들은 다음 총선에서 원내 20석을 목표로 한다고 하지만, 새롭게 출현했다 사라진 정당들도 대부분 같은 정치적 목표를 선언하고도 달성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그들의 말대로 가는 길이 험난하더라도 위대한 국민들이 함께 해 줄 것을 믿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면, 무엇보다 자기희생과 통합이 우선돼야 한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출현은 진보세력의 분화요, 자멸일 뿐 새로운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은 이같은 전제 때문이다.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변화, 정치적이 아닌 대의적 명분, 대중적 지지기반, 내부적 통합과 단결, 국민적 신뢰 등을 회복하지 않는 한 새로운 진보정당의 출현은 그나마 구축돼 있는 진보세력의 정치력 약화는 물론 국민들의 정치적 냉소만 증폭시켜 한국정치사의 퇴보만을 가져올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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