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충북대 교수)

권수애(충북대 교수)

지난 주 청주 시는 일부 공무원의 조직문화 침체와 시민 중심 청렴 행정 구현을 위해 시장의 특별지시에 따라 무사안일과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한 팀장의 보직을 해임하는 ‘6급 팀장 보직 해임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공직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성이 나아지지 않는 문제를 풀기 위해 중간 간부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려는 취지이다. 공무원들에게 입장을 바꾸어 시민을 먼저 생각해서 민원을 처리하라고 요구해왔던 이 시장은 보직해임 대상에 민원처리를 불성실하게 하는 팀장도 포함시켰다고 한다. 청렴하고 성실한 공무수행을 강조하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진 것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환영하며, 형식적인 대책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투명하고 친절한 서비스의 지방행정을 소망하던 시민의 입장에서 청주시의 이 같은 조치가 실효를 거두어 공직사회가 한층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행정사무를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은 민원인들의 요구를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해 줄 책무가 있다. 지역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행정이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공무원이 남아있어 문제이다. 특히 국민의 공분을 사는 각종 비리 사건의 중심에 공무원이 연루된 경우를 많이 본다. 공무원의 본분을 망각하지 않고 법질서를 잘 지키는 관리가 되도록 고위공무원들의 솔선 행정과 직원들이 투철한 직업윤리 의식을 갖도록 각별한 관심이 아쉽다.     일부 공무원들이 비리와 안일한 복무태도로 지탄을 받기도 하지만, 많은 공무원들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으며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 가끔 도청이나 시청에서 위촉받은 위원회의에 참석하며 공무원을 만나 느끼는 일이다. 얼마 전부터 충북도의 한 자문기구 대표를 맡으면서 보다 가까이서 공무원의 일상을 함께 할 기회가 많아졌다. 회의에 배석했던 공무원은 저녁 식사 장소까지 동행하여 안내하고서도 잔무 처리가 있다며 식사도 하지 않고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식사 때니 저녁을 함께 먹자고 권해도 시간 절약을 위해 간단한 대용식으로 해결하겠다며 총총 발걸음을 돌렸다. 정해진 퇴근시간을 넘기는 것이 다반사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공무원이 정시 퇴근하지 못함을 새삼 알게 되었다. 주말에도 회의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거나 회의알림 문자가 오는 것을 보면 금권(金權)대신 주어진 주5일 근무의 자유도 맘껏 누리지 못하나 보다. 지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도 매우 힘든 일처럼 보였다. 몇 안 되는 가족들의 외식 메뉴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주민의 분분한 의견을 수렴하여 정해진 기한 내에 여러 대안을 분석평가해서 최적 안을 결정하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정된 사안에 대해 무성한 오해의 뒷말도 묵묵히 견딜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한다.
   친절한 주민 서비스가 공무원의 신조임을 악용하는 주민들의 무원칙도 공무원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민원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민들은 자신의 특별한 상황만을 예외로 인정해줄 것을 강요하면서 위협적인 태도로 불만을 토로한다. 원칙과 질서를 지키려는 담당자에게 욕설과 폭행까지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기다리다 갑자기 고성을 지르며 폭언하는 여인을 목격하였다. 모욕적인 언행에도 끝까지 참아내며 그 여인을 설득하느라 진땀 빼는 모습을 보며 공무원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부당하게 인권을 침해당하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힘겨운 감정노동을 현명하게 감내한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도 많지만,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인해 최근 들어 젊고 유능한 고위공무원들이 이직하는 ‘관(官) 엑소더스’도 증가 추세라고 한다. 우수한 인재가 긍지를 가지고 공무를 수행할 수 있는 행복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나라가 산다. 모름지기 공무원은 청렴하고 성실하게 모든 국민을 평등하게 섬기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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