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해 화제…5월 새 앨범 계획

(동양일보) 걸그룹 멤버처럼 보이는 귀여운 외모에 생기 발랄 에너지가 넘친다.

그러나 힙합 패션에 랩 가사 같은 솔직한 말투, 씩씩한 걸음걸이는 영락없는 래퍼다.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한 여성 래퍼 키썸(본명 조혜령·21)의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은 여성 래퍼 컴필레이션(편집) 앨범 제작을 놓고 키썸을 비롯해 제시, 졸리브이, 치타, AOA의 지민, 타이미, 릴샴, 육지담 등 8인의 래퍼들이 경쟁을 펼친 서바이벌로 화제 속에 종영했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키썸은 마지막 트랙을 놓고 경연한 세미 파이널에서 여고생 래퍼 육지담에게 패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7표 차이로 졌는데 충분히 만족한 무대였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리얼 미'(Real Me)란 공통 주제로 열린 세미 파이널에서 '투 맘'(To. Mom)이란 곡을 선보이며 대선배 인순이와 함께 무대를 꾸몄다.

'진짜 나'란 주제에서 엄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보여준 건 "내가 랩을 하는 원동력은 나의 전부인 엄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랩 가사 한 소절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즉석에서 랩을 해보였다.  
'죽을 때까지 내편 아니/ 죽어서도 내편/ 다음 생에서도 내편/ 해준다고 약속해줘/ 난 다음 생 그다음 생/ 그 다 다음 생에도/ 엄마 딸 할거야 평생/ 에버 에버 포에버(ever ever Forever)~.'

지난해 그는 엠넷 '쇼미더머니 3'에 출연해 생방송 경연 직전 탈락하며 서바이벌의 치열함을 경험했다.

'언프리티 랩스타'에 다시 출연하기까지 고민이 컸던 이유다. 
"나가서 버틸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결국 나가기로 마음먹었죠. 3개월가량 촬영했는데 3년을 보낸 것 같아요. 저녁에 미션이 주어지고 다음 날 아침에 녹화를 해야 했어요. 랩 가사를 써도 외울 시간이 없었죠.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해 가장 큰 시련이었어요."
그러나 뿌듯한 순간도 있었다.

블락비의 지코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첫 미션에서 아깝게 떨어졌지만 지코와 프로그램 MC인 산이로부터 "정말 많이 늘었다"는 칭찬을 받았을 때다.

또 이현도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미션에선 제시를 누르고 '슈퍼스타'란 곡을 발표하는 기쁨도 누렸다. 그는 "이현도 선배님이 키썸이 이렇게 약진할 줄 몰랐다"고 말해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귀여운 캐릭터인 키썸은 당시 제시와의 대결에서 '언니에게 어울리는 장소는 이태원/ 모두가 알고 있지 이미 소문난 네 행동/ 볼품없는 너 가진 거라곤 경력뿐/ 너 빼곤 다 병풍 떨지 마 같잖은 허풍/ 내가 봤을 때 네 실력은 다 병풍이야/ 널 잘근잘근 아주 야금야금 맛있게 씹어줄게'란 도발적인 랩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여성 래퍼들이 욕설을 섞어가며 서로를 비난하는 '디스'(Diss)가 지나쳐 때론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은 인터뷰에서도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어 '삐~' 처리되곤 했다.  
키썸은 "제작진이 디스를 주제로 해 디스를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고, 욕을 안 하면 디스 같이 안 보일 것 같아 과해진 측면도 있다"며"그러나 무대 밖에서는 모두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출연진들은 악성 댓글에도 시달렸다.

그는 "나 역시 '언니들한테 이리저리 붙는 거 꼴 보기 싫다' '랩 가사가 유치하다' 등 악플이 있었다"며 "그런데 바로 잊어버리는 성격이어서 기억이 안 난다"고 웃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자였던 언니 래퍼들로부터 배움도 얻었다. 
"치타 언니를 보고 '우리나라에 이런 래퍼가 있었나? 라고 생각했어요. 또 언니는 나이가 25살인데 만물을 깨우친 느낌이죠. 랩 가사도, 대화할 때도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처럼 도사님 같아요. 저희를 잘 챙겨줘 '마더 치레사'라고 불렀어요. 하하."
키썸은 어린 시절부터 무조건 래퍼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랩을 하는 게 그저 좋았고 학교 축제에서 드렁큰타이거의 '편의점'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자 재미도 느꼈다. 
그러나 래퍼가 되는 길을 몰라 중 3때 작곡가 김형석이 운영하는 실용음악학원에 4개월가량 다니며 작곡가 이현승의 눈에 띄었다. 그에게서 기획사를 소개받아 아이돌 연습생으로도 있었다.

키썸은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걸그룹 멤버) 지민 언니처럼 아이돌 연습생을 해본 적이 있다"며 "지민 언니가 이렇게까지 랩을 잘할 줄 몰랐다. 언니가 트랙을 따냈을 때는 정말 잘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연습생을 중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으려 할 즈음 이현승을 다시 만나 2013년 가수 세아와 함께 '세아&키썸'으로 싱글 '퍼스트 러브'(Firts Love)를 내며 데뷔했다.

지난해 5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싱글 '풋 잇 다운'(Put It Down)에 이어 8월에는 미니앨범 '라이크 잇'(Like It)도 선보였다.

그는 힙합의 매력에 대해 "따라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파면 팔수록 더 재미있다"며 "흥이 넘치고 희로애락이 있어 나에겐 유희"라고 강조했다.  
독보적인 윤미래가 있지만 여성 래퍼들이 인정받으며 활약하기 녹록지 않은 시장이다.

키썸은 "윤미래 선배를 꺾겠다가 아니라 '한국 여성 래퍼가 누가 있느냐'라고 했을 때 키썸의 이름이 나오는 게 목표"라며 "주목받기 어려운 시장이지만 개성만 있으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로소 얼굴과 이름을 알린 그는 오는 5월 새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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