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길(논설위원 / 소설가)

안수길(논설위원 / 소설가)

4월은 춘풍 따라 남녘으로부터 전해지는 꽃소식이 무색할 만큼 몸과 마음이 무거운 시기다. 중국 북서부 내몽고 고비사막 등지에서 불어오는 황사바람 때문이다. 심할 때는 호흡이 불편할 뿐 아니라, 불과 수십 미터 앞의 사물윤곽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이 시야가 짧아진다. 호흡기와 안질환도 염려되지만, 답답한 건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꽃소식 가로막고 앞을 가리는 황사의 계절, 유난히 사건 사고도 많아서 4월은 잔인한 달이란다. 
 지난 16일은 세월호참사 후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은 짙은 황사가 덮쳤다. 어른들을 믿고 있다가 생목숨을 잃은 절통한 원혼들의 슬픔을 대신하듯, 눈물같은 비도 내렸다.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인가? 해마다 찾아오는 황사는 인력으론 어쩔 수 없는 자연조화라 쳐도, 인력예방이 가능한 사건사고나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일들이 잦은 것도 4월이다.
 재작년에는 박대통령 취임 임박한 시기에 벌인 북의 3차 핵실험(2013.02.12)여파와, 제주해군기지건설반대시위로 커진 안보불안이 4월 민심을 흔들었다. 새정부가 제출한 정부조직법개정안이 뒤늦게 국회를 통과(제출 52일, 대통령취임 27일만)하는 바람에 내각구성이 늦어져, 국민들은 새정부 출발부터 국정불안을 감수해야 했다.
 작년엔 다른 사건사고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엄청난 참사가 전국을 들쑤셔놨다. 3백여 목숨을 수장한 세월호참사는, 우연 아닌 예견 된 참사요, 불법`비리연루자들과 인면수심의 선원들이 합작한 인재였다. 그 비리의 고리가 사방에 얽혀 국민을 더욱 경악케 했다. 슬픔은 분노로 바뀌고, 자식을 지키지 못한 어른들은 통한과 자책에 묻혔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다.
 금년 4월은 잠복한 부정의 ‘암덩어리’를 들어내고, 주저앉은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하는가 싶었는데, 잔인한 4월은 또 그냥 지나가지 못했다. 소위 ‘성완종 게이트’, 자살한 경남기업회장 주머니 속의 금품수수 명단이 ‘암덩어리’수술에 골몰하던 검찰을 당혹스럽게 하고, 정가에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이완구 총리와 정부`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두루 엮인 터라, 정치불신을 깊게 하는 건 물론, 정부의 정책추동력까지 약화시킬 우려를 금할 수 없게 했다.
 4월이 잔인한 달로 낙인찍힌 건 자연조화 탓은 결코 아닐 터. 자연재해 탓이라면 폭우` 태풍 심한 7`8월이나, 폭설 한파 휘몰아치는 11`12월이 찍혔을 법 한데, 엉뚱한 4월에 낙인이 찍힌 셈이다. 필시 인재 탓이요, 사욕에 눈멀어 판단을 그르친 사람들 탓임이 분명한 일이다. 4월은 세월호 참사에 생목숨을 잃은 원혼들 만큼이나 억울해 할는지도 모른다. 
 황사 때문에 앞을 볼 수없는 건 잠시 답답한 일이다. 부정과 비리여파로 국정의 미래를 볼 수 없는 건 두고두고 암담한 일이다. 자연재해는 불가항력일 수 있지만, 인재는 예방가능한 일이다. 탐욕 버리고 성숙한 판단력을 유지한다면 어떤 사건 사고도 예방이 가능하다.
 세월호참사도 정치자금 수수도 사람들이 성숙한 판단력만 유지했더라면 탈이 없었을 거고, 사회의 불신과 분열, 갈등도 없었을 걸, 탐욕에 눈멀어 잠시 실성(失性)했던 게 화근이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이제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성을 되찾을 일이다. 책임을 통감하지만 당장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놓기 어려운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일부 반정부시위꾼들이 유족들의 의사를 왜곡`확대하며 폭력시위를 선동하는 불순한 의도를 차단하고, 선체인양과 세월호법수정을 약속한 대통령과 정부를 믿는 게 현명한 판단이요,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하면서도 걱정과 불안을 놓지 못하는 국민들에 대한 도리다.  
 18일, 광화문광장의 난동시위로 경찰 74명이 부상 하고, 경찰차량 71대가 파손됐다. 유가족 21 명과 시위대 100여 명도 연행 됐다. 여기에 부채질을 한 일부 야당의원의 행위는 시국안정을 바라는 민심에도 국익에도 반하는, 판단미숙 행위였다. 여론영합이 정치본색이라 쳐도 대세읽기는 정확해야 한다. 분열과 혼란확대는 누구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정치인들은 ‘성완종 리스트’를 정쟁의 빌미로 삼지 말고 ‘기업에서 흘러나오는 돈 못 먹는 놈은 바보요, 먹고 들키는 놈은 더 바보’라는, 세간의 비어(蜚語)가 사실이 아니요, ‘구린 돈’ 먹은 정치인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국민이 확신하도록 증명해 주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4월 29일의 4군데 보선이나마 뒤탈 없이 깨끗이 끝나서, 잔인하지 않은 따뜻한 4월로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인재만 없다면, 목련꽃 향기와 함께 ‘생명의 등불을 밝혀주는’ 찬란한 4월을, 누가 잔인하다고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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