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2이닝 던진다는 마음으로, 그 다음 1이닝씩"

(동양일보)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한 안영명(31·한화 이글스)이 한화 선발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자유계약선수(FA) 이범호의 보상 선수로 KIA로부터 투수 안영명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09년 8월 27일 기아타이거스와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로 나서 역투하는 안영명. 2011.2.11

임시방편이 가장 강력한 방패로 변해 성공한 사례다.

성공을 거듭하다 보니 자신감도 커지고, 야구가 즐겁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안영명은 "갑자기 선발로 전환해 걱정하시는 분도 계시던데, 정말 즐겁게 야구하고 있다. 선발 등판이 재미있다"며 웃었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4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가 연장으로 흘러가고, 11일 롯데전 선발로 내정된 송은범까지 마운드에 오르면서 안영명이 급하게 선발 등판을 준비했다.

7∼9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3경기 연속 불펜으로 등판한 안영명은 10일 하루만 쉬고 11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했는데, 6이닝을 2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안영명이 선발승을 거둔 건 2010년 4월 3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1천835일 만이었다.

김성근(73) 한화 감독은 이날 '선발 안영명'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보직 변경을 단행했다.

안영명은 17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해 시즌 2승째를 챙겼다.

구원투수로 6경기에 나서 1홀드 평균자책점 6.75로 주춤했던 안영명은 선발 전환 후 2승 평균자책점 0.82로 반등했다.

안영명은 "중간계투로 나설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2이닝만 막자'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시작하고 2이닝을 넘기면 '1이닝만 더 막자'라고 마음먹는다"고 말했다.

투구 수에 대한 부담은 없다. 안영명은 "스프링캠프에서 한 번 불펜피칭을 하면 120개씩 던졌다"며 "왜 감독님께서 많은 공을 던지게 했는지 이제 알 것 같다. 팔과 어깨에 전혀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사령탑의 조언에 자신감도 커졌다. 김성근 감독은 제구를 고민하던 안영명에게 "제구가 들쭉날쭉한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 네 공만 던져라", "직구만 앞세울 필요는 없다. 넌 좋은 커브를 지녔다" 등의 조언을 했다.

안영명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29.9%(초구 67개 중 스트라이크 20개)로, 하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안영명은 볼로 시작해도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지며 타자를 요리한다. 구사율을 늘린 커브는 확실한 무기가 됐고, 커브를 던지다 보니 직구를 던질 때의 팔 각도도 좋아졌다.

안영명은 "2009년에 풀 타임 선발로 뛰면서 10승 이상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이 너무 높았다(11승 8패 평균자책점 5.18)"고 떠올리며 "그때보다 지금 더 자신감이 있고, 야구가 즐겁다. 선발 등판의 묘미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09년 선발로 뛸 때 안영명은 "6∼7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경기 초반에 무너지곤 했다.

올 시즌 안영명은 "상황, 상황을 즐긴다. 한 타자, 한 이닝씩 늘려가는 게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한화는 짧게 보고 던지는 선발 투수 안영명 덕분에 길게 내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김성근 감독은 "선발 안영명의 발견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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