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저는 지금 행복한 걸까요?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의 가정과 사회적인 지위와 능력을 갖춘 한 전문직 여성의 느닷없는 질문에 회합에 참여했던 모두가 당황했다.
우리가 일하는 것은 행복하려고 일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지금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충격이었다. 누구도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갑자기 행복에 대한 이야기가 모임의 주제가 됐다. 그리고 각자 자신의 지금 삶이 행복한가에 대해서 성찰을 해보는 토론이 벌어졌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이 세상 누구도 불행하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행복을 위해 공부하고, 행복을 위해 일하고, 돈을 벌고 저축을 하며,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런데 좋은 학교를 나와도, 열심히 일을 해도, 많은 돈을 벌어도, 심지어 꿈을 이뤄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지난달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이었다. 이날을 맞아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세계 143개국의 국민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했다. 15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5년 세계 성인들이 느끼는 행복지수의 평균은 71점.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국민은 89점의 파라과이로 3년 연속 1위였고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 중남미 국가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인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몇 점이나 되었을까. 2014년엔 63점으로 138개국가 중 94위였는데 올해는 59점으로 118위가 됐다. 더 나빠졌다. 그것도 한참이나 뒤로 밀렸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이 ‘행복감 조사’는 나라별로 그 나라 국민의 부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사는가,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는가 등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도를 조사하는 것이다.
경제력만으로는 세계 10위권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이렇게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의 정신과 전문의 프랑수아 를로르가 환자들을 진료하며 얻은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쓴 소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은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그 고민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성공한 정신과 의사 꾸뻬 씨의 진료실은 언제나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마음의 병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그 어떤 치료로도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할 수 없음을 깨달은 꾸뻬 씨는 자신 역시 행복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곤 진료실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난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지 ‘행복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결국 그가 찾아 낸 것은 행복은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이미 곁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깨닫지 못한 것이라는 것.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돌아보지 못하고, 언제나 다른 곳을 꿈꾸거나 성공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보니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꾸뻬 씨가 찾아낸 결론은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프랑수아 를로르가 꾸뻬 씨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행복에 대한 자기중심적인 집착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화해가 이루어질 때, 그리고 타자와의 올바른 소통을 위해 노력할 때, 행복의 순간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행복해지기 위해 버려야 할 습관’ 10가지로 ‘근사한 타이틀에 집착말기’ ‘남과의 비교’ ‘자신의 마음을 무시하는 것’ ‘지금에 안주하는 것’ ‘언제나 바쁜 것’ ‘증오와 분노’ ‘너무 많은 생각’ 그리고 ‘자존심’과 ‘고정관념’을 들었다. 
나는 행복한가? 정답은 자신이 갖고 있다. 돈은 행복의 절대적 조건이 아니다. 그리고 행복은 과거가 아닌 현재에 있으며 살아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행복의 ‘파랑새’는 이미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