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논설위원 / 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김정복(논설위원 / 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소비자의 욕구나 기호는 무엇으로도 측정이 불가할 만큼 변화가 무쌍하다. 특히 나날이 발전하는 IT 업계에서는 그 변화의 폭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요즈음 우리는 금융업과 관련하여 낯선 말을 많이 듣는다. ‘핀테크’나 ‘클라우드 서비스’ 또는 비대면 방식의 ‘스마트 뱅킹’ 과 같은 것들이다.

 핀테크(Financial Technique)란 금융과 정보기술의 합성어로서 ‘옐로페이’, ‘페이팔’, ‘카카오 뱅크’, 등과 같이 스마트 폰으로 웹상에서 자유롭게 결재를 하거나 계좌이체 같은 금융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은 활발하다고 말하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기존 금융영업방식을 뛰어넘을 무궁한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자산이 1900조원에 직원이 17만 명에 이르는 프랑스 은행이다. 이 대형 은행이 최근 이름도 없는 아일랜드계 ‘아즈텍머니’라는 조그만 회사에 사업을 함께하자고 제휴했다. 그렇다면 아즈텍머니는 어떤 회사일까. 사업모델은 이렇다. 기업들이 상품을 판매한 후, 매매대금을 받을 권리를 팔겠다고 내놓으면 이것을 투자자들이 사들이는 온라인 장터를 만들어 기업의 매출채권을 사고파는 것이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 비대면 방식으로 거래하는 것으로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돼 파일을 공유하는, 일명 P2P에 금융을 접목한 것이다. 한마디로 급변하는 금융시장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인터넷으로 초대형 저장장치에 접속해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IT 업계의 고유 행위를 금융업이 따라해 보겠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시행이 되고 있는 인터넷 택시업체 ‘우버’에 ‘골드만 삭스’는 16억 달러나 되는 거액의 투자를 결정했다. 이유는 기존의 금융영업활동 만으로는 미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업체들의 이러한 영업행위는 본연의 업무추진 방식이 아니더라도 갖가지 새로운 생존방식을 탐색하여 신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까닭이다. 이러한 일들이 비단 대형 금융업체 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핀테크 시장의 형성은 금융과 IT 업계의 경계마저 불분명하게 만들고 그 변화는 무서울 정도다. 최근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미국최대 P2P 대출업체인 렌딩클럽과 제휴하는 등 IT 기업들은 야금야금 금융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오늘날처럼 저금리 저성장 형태의 경기 동향이 지속될 경우 대부분의 금융기업들은 미래 생존조차 불투명질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에, 역설적으로 정보기술과의 만남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정보기술과 만나 변화함으로써 전통적 형태의 예대마진에 의한 영업행위를 뛰어넘는 혁신적 변화의 순간을 맞고 있다. 현재 우리의 금융환경은 이모든 글로벌 변화를 다 수용하고 함께 키워갈 만큼 아직은 튼튼하게 준비돼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밖에서는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빠른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가만히 손 놓고 바라볼 수만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추후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다면 최신 기술로 무장한 정보기업에 금융기업이 잠식당할 위험은 상존한다.

기술발전에 따른 영업환경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하다. 그러나 법과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이를 수용하고 우리 환경에 맞도록 만들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금융과 정보기술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주도하여 향후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야말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기업의 존재목적 중 가장 큰 우선순위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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