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순(논설위원 / 문학평론가)

연은순(논설위원 / 문학평론가)

 며칠 전 집 근처에 있는 애견샵에서 앙증맞게 생긴 포메라니안 한 마리를 분양 받았다.  얼마 전 오픈한 큰 애견샵으로 사료나 애견용품을 사러 갈 때면 샵에 있는 애견들을 구경하곤 하던 곳이다. 갑자기 새로 강아지를 한 마리 분양받게 된 까닭은 집에서 키우던 애견 사랑이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사실 사랑이 생각을 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 돌이키기도 힘겹다.
 우리 집에 온지 이년 반 정도 되는 사랑이는 작고 깜찍한 모습의 말티즈였다. 두 달 위인 천사에 비해 체구도 작고 몸이 약해 늘 신경이 쓰였다. 조금만 과식을 하면 토하기 일쑤고 언젠가 부터는 기침을 자주해 기침약을 사다 수시로 먹이기도 했다. 입도 짧고 씹는 능력도 부실해 천사처럼 음식을 잘 먹지도 못했다.
 기가 약해 산책도 못하고 어쩌다 병원에 데리고 가려면 부들부들 떨며 집에 올 때까지 긴장을 했다. 언니인 천사를 산책 시킬 때 몇 번 데리고 나갔더니 겁에 질려 땅바닥에 쫙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천사 산책 준비만 해도 저도 데리고 나갈까봐 벌벌 떨곤 했다.
 그래도 평소에는 우리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앙앙 짖으며 반갑다는 표시를 냈고 신문지에 쉬를 하고 오면 상으로 간식을 달라고 의기양양한 모습을 지었다. 대변이 마려우면 앞 베란다로 쏜살같이 달려가 볼일을 보기도 했다. 어쩌다 짓이 나면 거실을 몇 바퀴씩 돌며 마치 노루처럼 뛰어 다녔다. 작고 깨끗한 혀를 내밀며 장난을 칠 때면 너무 귀엽고 앙증맞아 세상 시름을 잊곤 했다.
 휴일이면 남편은 다른 방 침대에서 천사와 사랑이를 데리고 잤는데 그럴 때 사랑이는 남편 품에서 잤다. 턱을 괴고 자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남편의 얼굴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사랑이가 기침을 많이 해 잠결에 시럽을 먹이고 내 품에 안고 잤다. 이튿날 남편이 병원에 데리고 가 보라고 성화를 해 병원에 데리고 가 주사를 맞히고 약을 타 왔다. 약을 두 번 정도 먹이고 나서부터 사랑이가 비실거리기 시작했고 놀라 의사에게 전화를 해 보니 항히스타민제 성분 때문에 그렇다며 별일 아니라고 했다.
 이런저런 음식을 줘 보고 물을 주사기로 먹여가며 사랑이를 간호했다. 이튿날 아침에도 사랑이 상태가 안 좋아서 품에 안고 있었는데 사랑이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나를 빤히 올려다 봤다. 그때 사랑이 세상을 떠났음에도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사랑이를 계속 안고 있었다. 어느 순간 이상해 사랑이를 보니 혀를 조금 내밀고 눈을 뜬 채 죽어 있었다. 놀라 눈을 감기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한참을 소리 내 울다가 정신을 차리고 수의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장례식장이 제천에나 있다고 했다. 깨끗한 상자에 평소 좋아하는 장난감을 넣어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라고 했다. 점심 시간이 돼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남편이 허둥지둥 집으로 왔다. 남편은 소리없이 눈물을 훔쳤다.
 내가 다니는 절의 스님 생각이 나 전화를 했더니 스님께서 오라고 하셨다. 사랑이를 깨끗한 수건으로 싸고 사랑이 베개와 이불, 사랑이가 좋아하던 치즈 과자 몇 봉지를 같이 넣었다. 친구가 동행을 해 주었고 절에 당도하니 스님께서는 이미 사랑이 묻힐 자리를 준비해 두셨다. 스님께서 양지바르고 좋은 자리를 골라 사랑이의 마지막을 도와 주셨다.
 스님께서는 혼잣말로 ‘얘는 다음에 사람으로 태어날 겁니다.’라고 하셨다. 하루 종일 울고 불고 했더니 온몸이 아팠고 며칠 밤 잠을 못 이루고 괴로워 했다. 남편은 술을 마시면 눈물을 훔쳤고 혼자 남은 천사도 어쩐지 쓸쓸해 보였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어느 날 우리 내외는 애견샵을 찾아가 깜찍하고 귀여운 포메라니안을 집으로 데려왔다. 내가, 혼자 남은 천사가 외로움에 오래 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말로 남편을 설득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이를 잃은 슬픔을 새 식구를 통해 잊으려는 방법을 택했다. 그 방법이 옳은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떠난 사랑이도 이해해 줄 거라고 믿는다. 사랑이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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