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논설위원 /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최은영(논설위원 /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바야흐로 어린이 날, 어버이 날이 속해있는 가정의 달이 왔다. 그런데, 자본주의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고, 사회적 배제-빈곤-양극화가 싸이클을 그리며 악순환을 반복하는 가운데, 소외된 아동과 취약해진 가정이 늘어나고 있어서 참 씁쓸한 가정의 달이다. 과연 계층화의 대물림, 불공정한 (인생)출발의 문제를 다른 나라들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비교사회복지정책 학자들은 분명, 사회정책을 통해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위 “아동중심의 사회적 투자전략”이 그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start”가 들어간 프로그램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주 들어본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Head Start, Fair Start, Sure Start 등이 있다. 인생출발이 공정하지 않을 때 무슨 일이 생기는 지는 상식적으로 아는 바이다. 그리고 그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양육이 사적영역인 가정의 역할이라고 규범화되어 있던 20세기 중반까지,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은 남성가장의 소득보장과 사회적위험 대응에 초점을 맞추어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일가정 양립과 양육의 일정한 사회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요즈음은 결국, 부모와 사회의 투자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아동의 발달과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논의가 수렴되고 있다. 시계열자료가 쌓이고 삶의 과정관점(life course perspective)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것도 한 몫을 했다. 교육과 직업의 획득이 과거보다 훨씬 계층화되었고, 후기산업사회에서 중요한 기술인 인지적 능력도 부모의 영향이 너무 강하게 남아있다. 즉, 사회의 보완역할이 매우 약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모로부터의 계승효과는 복지선진국인 북유럽 국가에서는 매우 낮다. 아동과 가족에게 필요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각종 사회조사에서 저학년 때 어느 지역에서 거주했는지, 가구소득이 어느 구간에 속했는지 묻고 있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이는 이 시기 가족상황이 결국, 성인이 된 후 전개되는 삶의 과정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의 불안정성과 동질혼 강화로 가족의 이질성은 어느 때 보다도 높아져 있다. 결국, 아동이 속해있는 가족환경에 초점을 두고 평등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충실한 투자를 하지 않는 한, 사회정의도 우수한 미래세대 육성도 어려워진다. 세계2차대전 이후 급성장한 복지국가에서는 사회보험체계가 근간을 이루었다. 그러나 아동과 가족에 대한 투자는 사회보험만으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사회보험역시 노동자지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답은 사회서비스다. 사회서비스를 통해 빈곤지속률을 줄일 수 있는 지원을 과감히 해야 하고, 한부모가구의 빈곤고리를 끊어주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아동 인지능력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교육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성인기에 이루어지는 탈빈곤 정책의 효과는 생각보다 낮다. 아동빈곤제거를 위해 쓰이는 비용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비용-편익적임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근래에 보건복지부의 아동복지사업은 영유아보육료 지원, 가정양육수당 지원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고, 요보호아동보호육성, 지역아동센터 지원단운영비나 취약아동을 위한 대표적인 통합서비스인 드림스타트사업운영비 등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저소득ㆍ고위험 아동에 대한 복지프로그램이 상당히 미발달ㆍ저투자되고 있는 것이다(「보건복지부 소관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개요」).
  소득 및 자산의 양극화,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가족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시장에서 패자가 된 가족의 경우, 아동에 대한 투자는 그림의 떡이 된다. 생계형 아동학대와 방임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요즈음이다. 서구에서는 어머니 취업을 적극적으로 촉진하여 아동빈곤을 막고 가구소득도 향상시키고 있다. 30년째 답보상태인 한국의 여성취업률, 남성 임금의 65% 수준인 여성근로자의 소득.. 이런 현실은 유럽형 복지전략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드리우고 있다. 그럴수록 더 늦기 전에 주변화되는 아동과 가족의 위험을 줄여주기 위한 대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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