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혜 청주시 율량사천동 주무관

 

“월 생활비로 얼마를 지출하시나요?”

복지 상담을 하는 중에 이 질문을 하게 되면 신청자는 열이면 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게, 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니까 잘 모르겠어요.” “버는 게 없으니 한 달에 뭐 한 30~40만원 정도 되나? 잘 모르겠네?”

이런 대답을 한 경우, 세부항목별로 다시 질문한다. 식비의 경우, 쌀, 고기, 채소, 외식비 등 세세한 항목으로 나눠서 묻고 월 교통비, 의료비, 월세, 전기료, 수도세, 가스비, 자녀 학원비, 통신비 등 각 항목별로 물어보면 30~40만원 정도라 생각했던 월 지출이 2배 이상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이쯤 되면 꼭 한마디가 나온다. “아니 이 돈이 다 어디서 났대?” “이 정도는 내가 번 적이 없는데?”

신청자가 세부항목에 대한 지출액을 잘 몰라 더 크게 이야기했을 수도 있고, 실제 지출이 맞지만 수입규모를 정확히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해결방법은 하나다. 재무 상담을 통해 가계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고 재무계획을 수립해 보는 것!

상담할 때 이런 얘기를 하게 되면 돌아오는 답변은 같다.

버는 것 없이 족족 나가는데 무슨 팔자 좋은 재무상담이냐고. 물론 재무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없던 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대략적인 지출통제계획 수립과 나도 모르게 새어나가던 누수비용 감소는 가능할 것이다.

2008년 서울시와 한국FP협회가 공동으로 저소득층 1000명에게 부채상환 및 자산형성 등의 재무설계를 해주는 재무금융컨설팅사업을 추진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저소득층 재무상담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저소득층을 위한 자산형성지원사업 희망키움통장1(기초생활수급자대상, 근로소득에 따라 근로장려금 매칭)과 희망키움통장2(차상위계층 대상, 월 10만원 저축시 정부지원금 10만원 추가 저축)의 경우 사업에 참여한 가정은 의무적으로 일정 회 차 이상 자립역량 강화교육을 받게끔 되어있다. 현재 희망키움통장은 주민등록 주소지의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3, 5, 8월 3차에 걸쳐 신청이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에 2014년 12월부터 서민을 위한 금융자문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저축, 투자, 부채관리, 세금 등에 대해 금융전문가가 금융감독원 콜센터(1332) 및 금감원 본원 1층 상담부스에서 직접 상담해주는 방식이다.

다양한 저소득층 재무상담사업이 장기적으로 추진되면 많은 가정의 가계에 보탬이 될 것이다.

물론 재무상담 만으로 완전한 빈곤예방 및 해소를 기대하긴 어렵다.

빈곤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을 통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니까.

또 수입 자체가 없거나 불확실한 근로무능력자 가구 등의 극빈층에 대해서는 재무상담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외의 저소득가구에 대한 재무상담을 통해 작게는 가계내 새어나가던 지출을 잡고, 크게는 경제적 자립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그 것으로도 좋지 않을까?

인상 깊게 읽었던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 ‘작은 성과들이 모여 의지력을 더 키운다’는 내용이 있다. 생활 속에서 지출을 관리하고 소비습관을 교정하는 일은 내 삶 속의 작은 승리가 된다. 이런 작은 승리들이 모여 자립의지를 강화시키는 큰 승리가 될 수 있다면 팍팍한 삶 속에서 좀 더 희망찬 미래를 꿈 꿀 수 있게 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