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석 조명희 문학관, 진천군 벽암리 생가 뒷산에 개관

 

“우리는 우리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남의 것만 쓸데없이 흉내내지 말 것이다. (포석의 시집 ‘봄 잔디밭 위에’ 머리말에서)

충북 진천 출생으로 일제의 탄압에 맞선 민족작가이자 디아스포라 문학의 선구자인 포석 조명희(1894~1938) 선생. 험하고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마침내 고향땅에 온 그의 넋을 만난다.
조명희 선생의 삶의 행적을 되짚어보고 문학적 성취를 조명하는 문학관이 충북 진천에 세워졌다.

어린 시절 뛰어놀았을 뒷동산, 진천군 진천읍 벽암리 34-17 일원 - 이제는 진천 ‘포석공원’으로 이름 지어진 곳에 14일 문을 연 ‘포석 조명희 문학관’에서는 시, 소설, 수필, 희곡 등 어느 한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장르를 섭렵한 문학인이자 러시아 땅에 한글문학의 싹을 틔운 망명 작가인 선생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문학관은 연면적 979.32㎡의 3층 건물로, 전시실과 문학사랑방, 창작사랑방, 문학연수실, 학예연구실, 수장고, 세미나실 등으로 구성된다.

박기선 두아건축사무소 건축사는 “건물에 포석 선생의 작품세계와 그가 추구했던 문학적 사상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건물 양 끝으로 두 개의 매스를 세우고 이를 연결하는 하나의 다리를 만들어 평등을 지향했던 선생의 정신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시집 ‘봄 잔디밭 위에’ 머리말 중 한 구절이 관객들을 맞는다. 당시의 역사적 사건들이 함께 기록된 문학연보는 암울했던 당시 시대 상황 속에서 펼쳐진 한국 문학의 지형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다.

러시아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 전시관에 있는 ‘항일영웅 59인’ 사진을 통해 진천 출신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조명희 선생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연해주에서 발생됐던 신문 ‘선봉’에 실린 포석의 평론도 감상할 수 있다. ‘고려인 한글문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선생은 해외 독립운동 거점인 연해주로 모여든 한국인들에게 ‘선봉’과 ‘노력자의 조국’ 등 언론을 통해 항일 문학을 보급했다.

하늘에서 내려오듯 공중에 매달린 쇼케이스가 눈길을 모은다. 한국 문학 최초의 시집인 ‘봄 잔디밭 위에’와 한국 문학 최초의 미발표 희곡집인 ‘김영일의 사’, 프로문학의 금자탑으로 일컬어지는 소설 ‘낙동강’ 등이 선보인다. e-book으로도 제작해 관람객들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책의 표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과 전시물이 함께 소통하도록 한 것이다.

선생이 만든 노래와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선생이 작사하고, 고려인 1세대 음악가인 박영진씨가 작곡한 ‘락동강에 대한 노래’와 시 ‘나의 고향이’, ‘별 밑으로’를 음악가와 시낭송가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포석의 발자취’ 코너에서는 한국의 청주, 진천, 부산과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러시아의 우수리스크, 하바로프스크,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의 선생의 발자취가 남겨진 공간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육성농민청년학교, 작가의집 등의 사진을 지도와 함께 찾아볼 수 있다.

‘벗과 문학동지들’ 코너에서는 이기영, 한설야, 정지용, 김우진 등 작가들이 기억하는 선생의 모습을 글로 만나볼 수 있으며, 동영상으로 독립운동을 하는 남편을 둔 여인에게 손목시계를 풀러준 선생에 대한 일화 등 4개의 에피소드가 선보여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선생이 남긴 유일한 친필 서한도 공개됐다. 당시 소련작가동맹원동지부 간사와 ‘노력자의 조국’ 주필이던 선생에게 젊은 작가 김증손이 보내온 5편의 시에 대한 답신이다. 김증손은 이후 작가로 성장해 사할린지역의 문화기자로 활동했다.

이외에도 조명희 선생의 맏형 조공희씨가 쓴 한시집 ‘괴당시고’, 모스크바에 사는 최예까쩨레나씨가 큰시누인 포석의 부인 황명희씨에 대해 쓴 신문 기고문, 1991년 KGB가 보내온 조명희 선생의 사망증명서 등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조성화 열린기획 대표는 “이 문학관이 역동적으로 움직여 살아있는 문학관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소설 ‘낙동강’의 마지막 구절처럼 선생의 넋이나마 고향 땅으로 돌아와 그가 노래했던 아름다운 봄잔디밭 같은 이곳에 묻히기를 갈망하며 전시관을 꾸몄다”고 말했다.

또한 조명희 문학관 앞 정원에는 정창훈 충북보건과학대 교수가 최근 완성한 조명희 선생의 동상이 선보인다.

좌대 높이 2.4m(가로 5.5m), 동상 높이 3.3m(가로 3.3m)로 총 높이가 5.7m에 달하는 작품으로 전국 문학관에 세워진 동상 중 최대 규모다. 작품 제작을 위해 사용된 청동은 1t으로 구리 88%, 주석 8%, 아연 4%로 구성됐다. 이 작품은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에 거주하고 있는 조명희 선생의 차남 조블라지미르(78)씨, 손자 조파엘(52)씨 등 혈족이 제작비를 감당했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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