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친박 '전방위 압박'에 여 지도부 대응 주목

▲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대해 비판하자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왼쪽)가 생각에 잠겨 있다.

(동양일보)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6월 임시국회를 앞둔 정국이 마구 요동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입법이 완료될 경우를 상정,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할 것"이라며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수용 불가' 방침을 분명히 밝히면서 거부권 행사 의지까지 내비친 것은 거부권 행사라는 다소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이르기 전에 여당이 위헌 논란을 해소하도록 주도적으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는 물론 '왕당파'로 불리는 여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주류도 이날 비주류 지도부의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인책론까지 제기하는 등 조직적 반발에 나서 자칫 이번 사태가 여권 내 계파 갈등으로까지 비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상황까지 간다면 정국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초긴장 상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에 따라 비주류가 주축인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의 '초강수'에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대통령의 뜻과 달리 현재 스탠스를 고수한다면 대통령과 여당, 여당내 주류와 비주류가 대립하는 여권 분열의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했던 의원들 중 일부가 박 대통령 발언 이후부터 부정적 견해로 돌아서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거부권이 실제 행사돼 국회에서 재의결이 이뤄질 경우 법률로 확정하기 위한 가결요건(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충족할 수 있겠느냐가 새누리당 지도부의 새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대로 여당 지도부가 시행령 수정 요구에 '강제성'이 없다는 여당 측의 해석을 야당을 상대로 관철하려 하거나, 국회법 재개정안을 제출한다면 이번엔 여야 간 '강 대 강'의 대치 국면이 조성될 게 볼보듯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일단 박 대통령의 뜻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우리 당의 뜻이 다를 수가 없다"면서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충분한 검토의 결과로 말씀하신 걸로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야 협상을 주도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김 대표와는 다소 기류가 다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발언에 대해 "청와대와 사전 얘기는 없었다. 우리도 생각해보겠다"며 다소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 원내대표는 시행령 수정권이 강제성을 띠는지를 야당과 협의해 통일해달라는 청와대의 요구에 대해선 "우리 입장은 '강제성이 없다'이다"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김 대표는 친박계에서 유 원내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는 데 대해서는 "유 원내대표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엄호하는 등 '공동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발언에 대해 "입법부에 대한 전쟁 선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며 입법부와의 전쟁 선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3권 분립을 위배하는 것은 바로 행정부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에 '3권분립 위배'라는 오명을 씌우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이번 개정안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211명이 찬성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이라며 "입법부의 결정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삼권분립을 지키려는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시행령 수정권은) 너무나 당연하게 입법권에 포함된 것이다. 논쟁할 가치가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레임덕 차단을 위해 국회 무력화를 시도한다. 행정부를 시녀화한다는 얘기는 유신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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